2001년초부터 '무역한국' 시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쇠고기 판매방식과 같은 작은 문제에 대해서도 선진국들과 세계무역기구(WTO)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깐깐해지고 있다.

◇ 미국도 자국업체 이익이 최우선〓2000년 10월 미 의회는 반덤핑 규정을 위반한 외국기업들에서 거둬들인 벌금 성격의 돈을 미국의 관련기업에 돌려주자는 법안(이른바 버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미국 철강기업들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모든 철강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부과할 것인지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대로라면 철강제품의 반덤핑.상계관세 등은 미국 철강기업에 보조금으로 돌아가게 된다.

주변국 등의 반대에 밀려 버드 개정안의 시행은 유보해 놓은 상태지만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스테인리스강 앵글의 경우도 미국내 생산업체가 지난해 8월 미국 노동총연맹(AFL-CIO)및 연합철강 노조와 공동으로 한국.일본.스페인 3개국 업체를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ITC는 만장일치로 미국내 업계의 피해를 인정하는 예비판정을 내렸으며 상무부는 오는 3월까지 덤핑 마진폭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 엄정해지는 국제법 적용〓한우와 수입쇠고기를 분리.판매해 수입육에 불이익을 주었으며 축산업에 지급한 정부보조금이 우루과이라운드(UR)농업협정 수준을 초과했다는 미국과 호주의 주장도 국제무역 법정에서 일부 인정됐다.

지난해 7월 WTO의 1심격인 패널이 미국과 호주의 손을 들어주자 한국 정부는 WTO 상소기구에 제소했다. 상소기구는 97~98년 한국 정부의 보조금 계산방법의 잘못은 인정되나 보조금 감축약속을 위반했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다며 패널판정을 일부 번복했다. 그러나 구분판매제는 수입쇠고기에 대한 차별조치였다고 판결했다.

새해 들어 처음 열린 이번 WTO분쟁해결기구(DSB)회의에서는 이같은 상소기구 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농림부 국제협력과 김인중 사무관은 "수입육이 한우로 둔갑해 판매되는 것을 금지하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한우를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며 미국.호주와 협상할 계획" 이라며 "구분판매제를 보완.유지할 여유는 남아 있다" 고 말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