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8천여개 시대… 국적 따라 특성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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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의사결정을 대체로 합리적이고 빠르게 하며 실무자들이 권한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BEA 시스템즈 코리아의 심풍식 사장은 미국계 기업의 특징을 이같이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8천개를 넘어섰다. 국적별로 '개성' 도 다양하다.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그 기업들의 홍보를 대행하는 회사 직원들의 얘기를 통해 외국기업의 특징을 알아 본다.

◇ 실용적인 미국계〓모든 것이 간단명료하고 실용적이다. 의사결정 체계나 라인이 짧아 매우 신속하다. 언행이 불분명하고 자신이 없으면 회사 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자신의 업무능력.성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근사하게 포장해야 성공할 수 있다. 회의.보고.상하관계 등에서 격식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몇번 만나면 존칭 대신 이름을 부르면서 친근하게 대한다. 회장이나 사장에게도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성과가 나쁘면 곧바로 사람을 바꿀 정도로 평가에 엄격하다.

◇ 원칙을 중시하는 독일계〓보수적이며 원칙을 따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따르기를 바라고 파격은 좀체 시도하지 않는다.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기는 분위기다.

실수를 몇번 하더라도 일단 일을 맡겼으면 계속 지켜본다. 몇년씩 알고 지내는 사람들 간에도 존칭을 쓸 만큼 쉽게 친해지기는 어렵다. 대신 한번 친해지면 의리를 지킨다.

상하 관계가 엄격해 사장실에 꼭 재킷을 입고 들어간다. BMW코리아의 김영은 부장은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회사운영이 투명하고 효율적" 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기업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원칙대로, 시스템에 근거해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 토론을 좋아하는 프랑스계〓토론 문화가 뿌리깊다.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해야만 일을 추진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 즉흥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모든 사안을 직원이나 관련 회사와 상의한다.

지사의 경우는 세심한 부분까지 본사와 상의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대신 완벽하고 확실하게 움직인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하태응 차장은 "오래 협의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일단 결정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프랑스계 기업의 특징" 이라고 말했다.

◇ 꼼꼼한 일본계〓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일하는 스타일이다. 꼼꼼하게 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치나 액수 등이 조금만 틀려도 신뢰를 잃는다.

결재서류가 올라가면 사장이 직접 수치 등을 따져보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물어본다.

또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상급자 또는 파트너에게 한번 보고하고 마는 게 아니다.

일의 진행상황을 계속 보고해야 한다. 일본 무선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은 숫자에도 민감하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철두철미하다" 고 말했다.

◇ 남녀가 평등한 스웨덴.핀란드계〓여성을 중시하는 사회구조와 맞물려 사내에서도 남녀평등이 매우 잘 보장돼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경우 국내 건설장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재무담당자(CFO)로 발탁했다.

핀란드계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며 직원을 해고할 때 몇 달 동안 해고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신중하다.

김동섭.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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