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스케이트장 총매니저 랜디 윈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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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산의 공기를 가르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온다. 빙판을 누비는 아이들에게는 국적도 실력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을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랜디 윈십(43). 지난해 한 CF에 등장해 일약 유명해진 서울 하얏트호텔 스케이트장의 총매니저다.

"앞으로~뒤로~. 자, 한바퀴 돌고. " 그의 지도에 아이들은 쉽게 스케이트에 익숙해진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전망과 시설은 훌륭해요. 밤이면 조명 덕분에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죠. "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 등 9개국에서 아이스링크를 개장한 바 있는 그가 이곳에서 스케이트장 매니저를 맡게된 것은 1999년 11월. 이후 지난해 3월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으면서 한국을 떠났다가 지난해 11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스케이트와 친해지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을 여는 기간이 넉달 가량밖에 안돼 기술을 향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

그는 시설물 설치에서부터 강습교사 지도.각종 이벤트 기획 등 스케이트장 운영을 총괄한다. 올 겨울 그가 만든 또하나의 이벤트는 '아이스링크 생일 패키지' .

스케이트도 타고 생일파티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호응이 무척 높다.

국제 스케이트 코치 컨퍼런스와 미국 스케이팅협회 회원이자 각종 국제경기 심판으로도 활동하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그가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던 것은 17살 때였다.

3년 뒤인 78년 아이스쇼 공연단 '홀리데이 온 아이스' 단원으로 선발된 그는 2년간 유럽 10여개국을 누비며 6백여회 공연에 참여했다.

스케이트 전문가로서 그가 충고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스케이트가 발에 꽉껴야 제대로 통제할 수 있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는 것.

1, 2월 6주간 주한 미국학교 학생들이 스케이트 교습을 받는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의 입장료는 사실 다른 스케이트장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는 몇명 이상 단체를 만들면 입장료와 교습비가 저렴해진다고 살짝 귀띔해 줬다.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는 3월 한국을 떠나는 그는 오는 8월 홍콩에서 열리는 '스케이트 아시아' 대회 준비에 잠시도 쉴틈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스케이트를 통해 만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며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 점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배우다 보면 어느덧 점프도 할 수 있게 되고 '나도 할 수 있다' 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스케이트가 주는 매력이죠. "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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