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우체국 차문영 집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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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전남 완도군에 사는 차문영(34.사진)씨는 우편배달부다. 그러나 동료 직원과 노화도 주민들은 차씨를 '정보화 배달부' 라고 부른다.

차씨가 1990년 집배원으로 처음 발령받은 곳은 완도군 노화우체국. 노화도는 해남 땅끝마을에서도 뱃길로 40여분 들어간 곳에 있는 섬이다.

차씨가 정보화 전도사로 나선 것은 섬마을의 열악한 정보화 환경이 안타까워서였다. 차씨는 "PC가 있는 집도 드물었지만 그나마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만 알 뿐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PC에 관심이 많았던 차씨는 우선 무료 AS를 자청해 맡았다. 간단한 고장은 직접 고치고, 부품이 필요하면 PC통신 등을 통해 싸게 구입해 전해줬다.

그 다음에는 우체국 직원들을 시작으로 병원.관공서.주민들에 이르기까지 PC.인터넷 교육을 시켰다. 기본적인 사용법부터 업무에 활용하기까지 꾸준히 지속했다.

차씨의 교육방법은 단순하다. 우선 타자게임 등을 통해 PC에 친숙해지도록 했다.

그는 "섬마을 주민이라도 PC.인터넷에 대해 관심은 크다" 며 "단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 하고 두려움을 느낄 뿐" 이라고 말한다.

하나하나 성과가 나타났다. PC를 전혀 모르던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기상정보를 받아 활용하게 됐다. 10년 동안 노화도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 고향 완도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도 그의 할 일은 적지 않았다.

업무 틈틈이 우체국에 마련된 위성인터넷플라자와 정보화교육센터의 강사로 활동하며, 교육계획을 짜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는 섬마을 주민 등 정보화에서 뒤처진 계층에 대해 정부.공공기관의 차분하고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차씨는 "각종 기관이 앞다퉈 PC강좌 등을 열고 있지만 대부분 1회성에 그친다" 며 "전시용이 아닌 지속적인 교육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완도〓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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