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PD수첩 무죄판결 문제 많다”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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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18일 성명을 통해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의 PD수첩 관련 사건의 선고 공판에서 판결 내용 중 일부가 의료계의 판단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국내 최대의 의사 관련 법정단체로 회원 수는 8만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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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 좌훈정 대변인은 “재판부가 중요한 의학적 내용이 포함된 사건을 판단하면서 전문가 단체의 공식 조언을 한 번도 구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판결 내용에 몇 가지 허점이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고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보도에 대한 법원 판단을 문제 삼았다.

빈슨의 사인 관련 보도에 대해 법원은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고 방송 당시까지 숨진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이후 실제 사망 원인이 다른 질병으로 밝혀졌다고 해도 이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의협 측은 “빈슨은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사망해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며 “의료 분쟁은 의학적 타당성이 우선 검토돼야 하는데도 재판부는 이해당사자인 유족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한 PD수첩의 보도 행태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슨 사건은 의학적으로 인간광우병 등 희박한 사인을 과장해 보도한 것이 분명하며, 더욱이 이를 광우병과 연관짓는 것은 매우 왜곡된 사실관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의협은 법원 판단을 반박했다. 당시 법원은 “전후 문맥에 비춰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의 보도 내용은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인간광우병의 발병에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있음을 재판부가 인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인간광우병에 저항하는 유전인자가 백인보다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을 PD수첩 측이나 재판부 모두 무시한 것은 과학적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입장 표명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순수한 의학적 차원의 지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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