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성·예술성 높은 유럽만화 잇단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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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유럽만화' 하면 대개 장인정신이 뒷받침된 예술성 높은 만화로 통한다. 선보다는 질감이나 색채를 중시하는 그림 덕분에 눈요깃감으로도 썩 괜찮다.

최근 출간된 미겔란소 프라도의 '섬' 과 파스칼 라바테의 '이비쿠스' 도 예외는 아니다.

또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원종우.정경아의 '빠담빠담' 도 흑백의 단조로운 선에서 탈피, 유럽만화적인 예술성을 보여준다.

작가 서문에서 "유럽만화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고 밝히고 있는 '빠담빠담' (시공사)은 만화의 모든 공정을 1백% 디지털로 처리했다.

데생.드로잉.컬러링.레이아웃 등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의 말풍선을 그려넣는 것까지도 모두 컴퓨터로 작업했다.

그러나 수채화 물감으로 정성껏 칠한 듯한 그림에서 인공적인 냄새를 맡기란 힘들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렇듯이 기술이 뛰어나면 '디지털〓인공적' 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다.

우리에겐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빠담빠담' 등으로 유명한 피아프의 일대기다. 총 12권 예정에 4권까지 출간됐다.

거리의 밑바닥 여인이 만인의 연인으로 우뚝 서기까지 '가난' 과 '사랑' 을 키워드로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펼쳐보인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앙굴렘 국제만화제가 최우수작품상을 안긴 '이비쿠스' (이재형 옮김.현실문화연구)는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성이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흑과 백 두가지 색의 농담 조절로 뭉크의 그림 같은 초현실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단연 돋보인다.

과감한 면 분할과 장면 배치 등 영화적인 기법으로 '유럽만화〓재미없음' 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려 애썼다. '이비쿠스' 는 '말하는 해골' 이란 뜻. 총 4부작이며 올 3월 2, 3부가 발간된다.

역시 1994년 앙굴렘에서 최우수외국어작품상을 받은 '섬' 은 대서양의 한 외딴 섬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다. 남녀가 만났지만 정열적인 러브스토리는 없다. 대신 독백과 중얼거림 등으로 시종일관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따라서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를 좇아가다 보면 그런 느낌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스페인 출신인 작가 라바테는 '섬' 한편으로 유럽 만화계의 일대 주목을 받았다. '섬' 은 한페이지 분량의 윤간 장면 때문에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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