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 소프트맥스 정영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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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창세기전' 게임 매니어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1995년 말 첫 제품이 나왔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고, 시리즈를 거듭해 지난해 12월 22일 내놓은 여섯째 제품 '창세기전3 파트2' 는 불과 열흘 만에 10만장이 팔려 나갔다.

이 게임을 만든 소프트맥스(http://www.softmax.co.kr)의 정영희(37) 대표는 "지난해에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한 덕도 봤지만, 15억원이나 투자해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든 결과가 아니겠느냐" 고 말한다.

정대표가 이끄는 소프트맥스는 국내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몇 안되는 소프트웨어 업체 중 하나다. 특히 PC용 패키지 게임 분야에선 독보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60억~70억원으로 99년(35억원)의 두배 정도로 예상되며, 올해 목표도 1백50억원으로 잡는 등 최근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 순이익도 매출 못지않게 늘고 있다.

성공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으레 그렇듯 이 회사 역시 "매출의 30~40%(세전)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고 말한다.

이런 성장세의 원동력은 "과감한 투자와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경영" 이라고 정대표는 말한다. 지난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다음달에는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 신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얼마나 팔렸나.

"입금된 것만 10만장 분량이다. 목표는 30만장 판매다. 국내 패키지 게임 판매기록을 세울 것이다."

- 성공 요인이 뭐라고 보나.

"무엇보다 게임이 재미있다. 팬터지 소설 식의 스토리 속에 사랑.배신.모험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마케팅 차원에선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다. 고정고객 관리도 강화했다. 고객 5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온라인으로 연결해 수시로 신제품 소식 등을 전해주고 있다."

- 장기적으로는 고객층을 넓혀야 할 것 같은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5~6년생과 중학생이 중심인데 요즘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조금씩 늘고 있다. 초창기 고객이던 중학생이 대학생이 돼 우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경우도 있다."

- 지난해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해외시장의 가능성은.

"일본 시장에 내놓은 '서풍의 광시곡' 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만든 것인데, 일본인들의 성향에 잘 맞는다. 일본에서 3만장, 대만에서 2만장이 팔렸다. 일본에서 자리를 잡으면 내년께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게임업체치고는 꽤 오래된 편인데, 그동안 시장 환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전에는 직원들이 창피해서 게임회사 다닌다는 말도 못했는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음지에 있던 산업이 양지로 나왔다. 프로리그도 만들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현상이 나타났다.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팔린 건 불과 몇개 타이틀밖에 없어 아쉽다."

-국산 게임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미국이나 일본 게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자본도 그렇고 기술력도 열세다. 선진국에선 오랜 기간 많은 사람과 자본을 투자해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드는데, 우리는 투자는 못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게임이 팔리는 이유는.

"문화적 친밀감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게임을 우리가 한다는 것 말이다. 미국 게임이 재미는 있지만 정서적인 일체감은 없다."

- 게임이 청소년 교육에 안좋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창세기전은 폭력과 선정성을 철저히 배제했다.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주요 업체들이 기금을 내고 단체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는 등 건전성 확보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 게임을 좋아하나.

"개인적으로는 즐기는 편이 아니다. 어려워서 잘 못한다. 우리 제품 같은 롤플레잉게임은 30세 이상의 성인층은 잘 적응하지 못한다."

- 그런데도 게임업체를 창업했나.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여자가 오래 다니며 성취욕을 만족시킬 환경이 못된다고 판단해 8년만에 그만뒀다. 이후 무역회사에 들어가 게임관리 파트에서 일하면서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직장 옮긴 지 1년도 안돼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93년 말에 창업했다.그 무렵 PC통신의 게임 동호회 사람들을 만났는데, 학교도 안 가고 밤새워 게임하는 것을 보고 이건 되겠다 하고 생각했다. 당시 만난 동호회 사람 5명 가운데 3명이 아직도 회사에 남아 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 경영만 맡고 있는데,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나.

"처음에는 욕심이 나서 개발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코디네이터 역할에 만족한다. 게임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개발자들이 할 일과 내가 할 일이 따로 있다. 회사를 전반적으로 봐야 할 사람도 필요하다. "

유규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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