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계 2000년대 화두는 '기획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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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을 막론하고 한국 문화계의 2000년대 최대 화두는 '기획력' 이다.

소규모 신생 회사나 집단, 혹은 신진 예술인이라도 이제 시의적절한 기획이 있으면 성공을 쉽게 꿈꿀 수 있는 시대다.

해를 넘겨가며 몇달째 판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소설 '국화꽃 향기' (생각의 나무)는 출판사의 치열한 기획력이 낳은 작품이다.

출판사는 작가와 '눈물겨운 순수한 사랑' 이라는 주제 선정부터 함께 기획했다. 홍보를 위해서는 지난해 최고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 에 책의 일부 내용과 이미지를 빌려줘 화제를 낳으며 성공을 거뒀다.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고 '국화꽃 향기' 에 나오는 추억의 팝송들을 모은 기획음반도 냈다. 영화화까지 준비 중인 이 출판사는 영화 흥행과 책 판매가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문 공연장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뮤지컬 '난타' 제작사 PMC프로덕션(대표 송승환)은 공연도 기획의 힘이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그냥 반짝 성공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색적인 공연 한 편을 문화상품으로 키워낸 것은 끊임없는 기획의 힘이었다.

지난 5일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관객 동원 기록을 수립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의 기획.제작자 심재명씨의 성공담은 거론하기 새삼스럽다.

'접속' '약속' '…JSA' 의 잇따른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심씨의 철저한 기획의 결과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본은 외국에서 빌릴 수도 있지만 기획력은 빌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산업이 21세기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획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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