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부자 벤처 '땡처리 닷컴' 쇼핑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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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 -. 거품이 가라앉은 인터넷 업계에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T밸리엔 짐을 싸는 닷컴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을 견디다 못해 떠나는 닷컴도 있지만, 한편에선 사업이 커지면서 사무실을 늘리는 업체도 적지 않다.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직원이 늘면서 사무실이 부족해 일부 조직을 다른 건물로 옮겼다. 빌링업체인 비에스테크놀로지도 1년새 직원이 배 이상 늘어나자 사무실을 수서동에서 역삼동 테헤란로로 이전했다.

반면 지난해 '대박의 꿈' 을 안고 테헤란로에 입성했던 K사는 직원의 30%를 정리한 뒤에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테헤란로를 떠났다.

연초의 시무식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닷컴들이 자금난에다 경기 위축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행사를 조촐히 치렀지만 축제 분위기에서 일을 시작한 업체도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부자 벤처' 들은 올해 최대의 경영전략으로 '땡처리 쇼핑준비' 까지 마련할 정도다.

반대로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닷컴들은 연초부터 대량 감원과 구인난의 모순된 2중고에 시달리며 개점 휴업 상태다. 인터넷 업체 B사는 최근 감량 경영 방침을 밝힌 직후 주요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기술개발이 중단됐다.

인력 시장의 왜곡 현상도 심각하다. 무선인터넷.차세대 PC.위성방송 등 핵심 기술 인력의 몸값은 여전히 연봉 1억원을 넘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나 포털 분야의 인력은 일거리를 찾으려고 미국.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해를 맞은 T밸리는 을씨년스러운 모습 속에서 올 한해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하는 듯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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