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고종수 그림같은 프리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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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격세지감.

반세기 동안 숙명의 라이벌로, 결코 져서는 안될 상대로 혈투를 벌였던 한국과 일본의 축구대표 선수들이 사상 최초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세계 올스타와 맞섰다.

오른쪽 팔에 선명한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새겨넣은 한.일 올스타는 오르테가(아르헨티나).마테우스(독일).칠라베르트(파라과이)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당당히 맞서 멋진 경기를 펼쳤다.

한.일 올스타는 3일 2002월드컵 결승전 장소인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벌어진 친선경기에서 고종수(수원.사진)의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세계 올스타와 1-1로 비겼다.

지난해 K리그 최우수선수 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와 J리그 득점왕 나카야마(주빌로)를 투톱으로 내세운 한.일 올스타는 고종수의 능란한 연결을 앞세워 초반 우세한 경기를 벌였다.

최용수가 두 차례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한.일 올스타는 고종수의 예술 같은 프리킥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전반 17분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고종수가 왼발로 휘어찼다. 볼은 활처럼 휘며 골문을 향해 날아갔고 세계 최고의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꼼짝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른쪽 골네트를 휘감았다.

다음은 김병지(포항)의 차례였다. 김은 한.일 올스타 득점 직후 브라이언 로이(네덜란드)의 강슛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세계 올스타는 일본 선수 세명이 강력한 방어막을 친 한.일 올스타의 수비진을 뚫지 못해 고전했다.

세계 올스타는 자존심이 상한 듯 후반 개인기를 앞세워 매서운 반격을 개시했다. 후반 24분 오르테가의 강슛이 골키퍼에 막혀 찬스를 놓친 세계 올스타는 2분 뒤 프로시네키치(크로아티아)의 벼락 같은 중거리슛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드필드 중반에서 이리저리 볼을 돌리던 프로시네키치는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간결한 동작으로 슈팅, 골키퍼가 꼼짝 못하는 골을 뽑아냈다.

후반 10분 김도훈을 빼고 미우라(고베)를 투입한 한.일 올스타는 미우라.나카야마.최용수 삼각 편대를 앞세워 추가골을 노렸으나 골 욕심이 앞선 세 선수끼리 호흡이 맞지 않아 추가골 사냥에 실패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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