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마비 장애인 운전면허 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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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두 팔을 쓰지 못하는 뇌성마비 지체1급 장애인이 두 발로 운전하는 특수자동차로 2종보통 운전면허를 땄다.

주인공은 3일 오후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서 최종 관문인 주행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박재현(朴宰賢.24.대구대 일어일문4)씨. 그동안 의수(義手)를 한 사람이 면허를 딴 경우는 있어도 두 발로만 면허를 딴 것은 朴씨가 처음이다.

朴씨는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로 식사도 발로 한다. 그가 '두발 자동차' 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5년 우연히 스웨덴의 '두발 자동차' 비디오를 보고나서다.

96년 대구대에 입학한 후 '두발 자동차' 를 판매하는 일본으로 견학을 가는 등 갖은 노력 끝에 99년 11월 장애인 차량전문개조업체의 도움을 받아 운전보조장치(풋 컨트롤러)가 설치된 '두발 자동차' 를 개발했다. ㈜에스모터(사장 李한순)와 ㈜볼보코리아(사장 李동명)가 제작비를 후원했다.

'두발 자동차' 는 발로 핸들을 회전시키고 브레이크 페달을 0.5~1초간 밟으면 발을 떼더라도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유지된다. 방향지시등은 무릎으로 작동한다.

20여분간의 도로주행 뒤 '시험관으로부터 '합격판정을 받은 朴씨는 "스스로 장벽을 뚫었다는 사실이 면허를 딴 것보다 더 기쁘다" 며 눈시울을 적셨다.

朴씨가 면허를 따기까지는 신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각고의 법개정 투쟁이 있었다. '양팔 장애인은 운전면허를 딸 수 없다' 는 도로교통법 70조를 개정하기 위해 청와대에 호소문을 내는 등 3년 동안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98년 12월 '양팔을 쓸 수 없더라도 자기 신체에 적합한 차로 운전을 할 수 있을 때는 예외로 한다' 는 조항을 끌어냈다.

대구=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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