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적정국 쏟아진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의원 이적(移籍)파문이 연초 정국을 뜨겁게 달구며 갖가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살신성인의 개인적 용단" (여), "치밀한 사전 모의" (야)라는 공방 속에 여야가 틈만 나면 다짐해왔던 '상생(相生)의 정치' 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 "누가 내게 돌을 던지나" 〓태풍의 핵이 된 자민련 행(行)의원들은 "떠나가는 당에서도 잘했다는데 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 (송석찬), "나의 이적은 한나라당에 멱살잡힌 정국의 숨통을 틔우는 첫 단추" (배기선), "내가 희생돼도 특단의 조치는 필요했다" (송영진)며 당위성을 되뇌었다.

裵의원은 평소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손가락도 자르겠다" 던 동교동 직계다.

◇ '보리쌀 타박하느냐' =한나라당은 즉각 "의원들을 춘궁기 장리(長利.높은 이자)보리쌀 꿔주듯 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 (장광근 수석부대변인)라며 '의원임대(賃貸)' '양자(養子)' '위장전입' 이라며 전면공세를 폈다. 권철현 대변인은 "정치 쿠데타요, 국민 기만극" 이라고 성토했다.

정창화 총무는 "술자리 농담을 현실로 만들어낸 희대의 저질 코미디" 라고 가세했고, "회생 불능 정당에 공적자금을 수혈한 격" 이라는 극한 평가도 등장.

반면 민주당의 김중권 대표는 "정국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 , 김영환 대변인은 "오죽하면 여북했을까( '그랬겠느냐' 의 충청권 방언)" 라며 한나라당의 비협조를 원인으로 돌렸다.

"우리가 (자민련과)남이가" (박상규 사무총장), "야당 의원을 빼간 게 아니라 우리당 의원이 갔으니 이게 상생의 정치" (정세균 기조위원장)라는 반박도 나왔다.

자민련의 김종필(JP)명예총재는 "반갑다. 환영한다" 고 했고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가뭄 끝 단비" 라고 반겼다. 한나라당의 비난에 변웅전 대변인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냐" 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강창희 부총재는 "한 사람이라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 , 정진석 의원은 "이게 무슨 조반역리(造反逆理)냐" 고 이의를 제기했고, 교섭단체 등록신청서 날인을 거부하는 姜부총재에게 박준홍 당무위원(원외)은 "굶어죽을 판에 보리쌀 얻어왔다고 타박하느냐" 고 항변했다.

◇ '사전 모의설' 공방=여권의 공작으로 단정한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배기선 의원은 청와대 파견관으로 자민련에 총독으로 간 것" 이라고 비난. 이부영 부총재는 "보스정치의 희생물" "이적 의원은 장기판의 졸" , 이윤성 의원은 "민주당 조직은 독일병정, 5분 대기조" 라고 독설.

민주당은 "의원 개인의 살신성인" (김중권 대표), "정치생명을 걸고 내린 세 의원의 용단" (정세균.임채정 의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