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지역문화의 해'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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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01년 문화계의 키워드는 '지역문화'다.

지역문화란 '일정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습득된 지식과 신앙 ·예술 ·윤리도덕 ·관습 등의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하는 총체'.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중앙집권적인 정치형태를 유지해온 우리나라에서 각 지방 고유의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여기에 가세한 것이 정보통신분야의 발달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이다.

20세기 후반들어 방송을 타고 서울(도시)의 문화가 시골 오지마을까지 침투하면서 마치 도시문화는 우월하고 지역문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통문화쯤으로 치부되곤 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면서 자연히 모든 문화행사를 수도권 중심으로 치러지는 결과를 낳았다.그러다 20세기말 인터넷의 출현은 형식적으로는 전세계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합했지만 이와 동시에 특수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시켰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뮤지컬,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은 가장 성공한 지역문화의 사례로 꼽힌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지향하는 문화정책당국은 새천년에는 지역문화가 전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구상 아래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선포했다.지역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각 지역의 문화전통을 새롭게 조명해 재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지난해의 '새로운 예술의 해'를 비롯해 책 ·문학 ·무용 ·미술 ·연극 등 구체적인 주제를 채택해온 문화관광부가 올해 지역문화를 선정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와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

정부는 국고예산 총 10억원을 들여 지역문화 자문시스템인 문화컨설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존하는 지역문화 육성 ·인터넷을 이용한 지역간 문화교류·지역문화에 관한 토론회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문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보니 “지역문화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다”는 우려와 함께 “중앙에서 지역문화 활성화의 틀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일 청주 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 ‘지역문화의 해와 지역문화’는 중앙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사안들을 제시했다.

김문환 서울대 미학과 교수와 충북민예총의 김승환 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날 세미나의 최대 이슈는 ‘지역문화의 주체’였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의 문화정책기획에 중앙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경우 또다른 중앙집권형 지역문화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 전문 예술인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지역문화라는 개념이 분명하게 정립돼 있지 않고 민관(民官)의 협조에 대한 역할분담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안에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토양을 만들겠다'는 추진위원회의 계획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뤄낼 것인지 주목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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