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구마다 이력서 '수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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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취업 전쟁' 이 다시 시작됐다.

올 하반기 들어 경제사정이 부쩍 나빠지면서 취업 창구에 다시 구직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가 있던 단순노동의 일용직 직종도 빈틈이 없어 방학을 맞은 청소년.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 15일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구인력은행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엔 대학생 1천2백여명이 몰렸다. 상담 창구엔 방학동안 일하려는 젊은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뽑겠다고 나선 업체는 백화점.할인점 등 87개 업체에서 3백35명. 경쟁률이 3.6대 1에 이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대구인력은행이 마련한 대졸여성 취업알선 행사에는 58명 모집에 8백여명이 몰려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했다.

이 가운데 동구 신암동의 중소기업인 H업체의 경우 2명 모집에 50여명이 응시했다. 면접시험을 거쳐 최근 채용된 박모(27)씨는 "이렇게 경쟁률이 높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 말했다.

이달초 대구지방변호사회의 소송실무연수원생 선발에도 1백20여명이 응시원서를 냈지만 24명만 합격했다.

수시로 사원을 채용하는 업체에는 '취업 청탁' 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중구 D업체의 정모(44)차장은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 5건에 이른다" 며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만큼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대구백화점.동아백화점 등에는 물품운반.재고품정리 등 허드렛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사원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만 각각 1백50여장씩 쌓여 있다.

대구인력은행 배정해(33)씨는 "지난해 크게 감소했던 구직자가 경기침체와 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배출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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