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일본서 OLED TV 접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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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년 전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한 소니가 일본시장에서 OLED TV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이 액정(LCD) TV로 전 세계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소니는 이미 일본 국내 생산과 인터넷 판매를 중단한 상태로, 현 재고물량은 수출용으로 전환, 처분할 계획이다.

소니는 일본시장에서 OLED TV의 생산·판매를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유해사이트 열람 제한 기능이 없는 디지털 가전제품을 4월 이후 출하할 수 없도록 한 유해사이트 규제법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소니의 시장철수 배경으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소니는 2007년 12월 브라운관 TV를 이을 차세대 제품으로 초박형 OLED TV를 출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얇고 아름다운 영상이 강점이었다. ‘워크맨’이 소니를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로 만든 것처럼, 타사가 흉내 낼 수 없는 소니만의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가격경쟁에서 액정TV에 밀리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20만 엔(약 260만원)대인 11인치 OLED TV 가격은 40인치 액정TV와 맞먹는 수준이다. 2000년대 초부터는 삼성전자와 LG 등 한국업체들이 액정과 플라스마(PDP) TV 시장을 이끌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여갔지만 OLED TV로는 추격이 힘들었던 셈이다. 판매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지난해 소니의 OLED TV 일본 출하량은 채 1000대도 안됐다.

일본 내 초박형 TV시장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 세계 판매물량도 1만 대를 넘지 못했다. 당초 OLED TV에 관심을 보였던 파나소닉과 도시바도 대형화·양산에 한계를 느끼고 일찌감치 제품생산을 포기하면서 소니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겉으론 실패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소니 측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중남미 등 해외시장에서는 앞으로도 OLED TV를 계속 판매하며, 기술개발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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