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승복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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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나는 조금 전 부시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제43대 미 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

나는 이른 시일 내에 서로 만나 우리가 방금 치른 선거와 소송 공방으로 인해 생긴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인다. 나는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양보하고자 한다.

나를 지지해준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나도 실망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국애로 그같은 실망감을 극복해야 한다.

나는 국제사회의 동료들이 대선을 둘러싼 다툼과 관련해 이를 미국이 약하다는 징조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당부한다. 미국은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우리의 강인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선거는 아주 특별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역사와 긍지를 공유하는 한 국민임을 일깨워줬다. 여기는 미국이다.

우리는 당보다 국가를 앞세워야 한다. 우리는 새 대통령 앞에 함께 설 것이다. 나는 나와 같이했던 모든 이들과 미국민들에게 차기 대통령과 함께 단결하자고 호소한다.

단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앞으로 4년간 미국민, 특히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나 벽에 부닥친 사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싸울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전을 시작할 때 지녔던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 하느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내가 베트남 참전부터 부통령 시절까지 자랑스럽게 복무해온 국가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선거전을 끝낸다. 이젠 갈 시간이다.

정리=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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