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성적을 보면 인문계.자연계는 평균점수를 중심으로 고득점쪽에 수험생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비대칭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예체능계는 평균을 중심으로 골고루 분포한 정규분포 형태였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들은 수능성적보다는 영역별 가중치나 논술.면접고사 등 다른 전형요소에 의해 합격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 계열별 점수 분포=인문계열로 응시한 수험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점수대는 3백40~3백59.9점이다.
전체 인문계 응시생의 11.07%가 분포했다. 자연계는 3백60~3백79.9점대에서 전체 응시생의 15.49%가 몰렸다.
이 점수는 인문계.자연계 모두 특차에서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체 응시자의 계열별 평균성적은 인문계가 2백78점(상위 50% 평균은 3백38.4점).자연계는 2백96.4점(상위 50% 평균은 3백56점), 예체능계는 2백37.5점(상위 50% 평균은 2백94.3점)이다.
◇ 영역별 성적=영역별로는 언어영역의 점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상위 50% 집단의 언어영역 평균점수는 인문계 1백8. 7점(14.3점 상승), 자연계 1백10.4점(14.7점 상승), 예체능계 1백1점(16.6점 상승)이다. 언어영역에서의 점수 상승이 수능 인플레 현상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점을 기준으로 3백80.1~3백85점과 3백75.1~3백80점의 영역별 평균점수를 비교해 보면 해당 점수대의 언어영역 성적 차이는 0.78(인문계)~0.87점(자연계)에 불과하다.
반면 수리탐구Ⅰ 영역은 언어영역보다 점수차이가 크게 났다. 수리탐구Ⅰ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이 영역에 가중치를 주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
◇ 남학생.여학생 비교=전체 응시자를 놓고 볼 때 남학생이 2백74.1점, 여학생은 2백80.8점으로 여학생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상위 50% 집단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남학생(3백40.5점)이 여학생(3백33점)보다 우위다.
특히 점수대별로 성별(性別)구성비를 따져보면 3백90점 이상 최상위권의 경우 여학생의 성적이 저조한 반면 3백70~3백89.9점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의 특차모집에서는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모집단위에서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졸업생 절대 우세=1998학년도부터 나타난 졸업생 성적 향상 현상이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는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돼 졸업생 평균점수가 재학생보다 17.7점 높은 2백92.4점이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졸업생의 점수 상승폭은 32.1점이나 된다. 올해 쉬운 수능으로 대학에 적을 두고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 보나마나한 제2외국어=올해 처음 실시된 제2외국어 시험에서는 40점 만점에 평균 32.7점이 나왔다.
1백점으로 환산할 때 81.7점이었다. 과목별로는 중국어가 35.7점(1백점 만점 기준 89.2점)으로 가장 높았다.
독일어는 35.5점(1백점 만점 기준 88.7점), 프랑스어는 34.7점(1백점 만점 기준 86.7점)이었으며, 일본어는 28.1점(1백점 만점 기준 28.1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다.
제2외국어 만점자는 응시자(26만2천7백11명)의 22.6%인 5만9천3백70명이나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첫 시험 탓인지 출제위원들이 너무 쉽게 출제했다" 고 말했다.
게다가 대학들은 제2외국어 성적을 원점수 그대로가 아닌 4~20점으로 축소 반영한다. 이에 따라 제2외국어는 보나마나한 시험이 됐다.
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