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제동 걸린 낙태수술 … ‘10대 임신’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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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를 한 의사를 고발한 이후 상당수 산부인과가 낙태 수술을 중단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게 10대 임신이다. 낙태가 막히면 미혼모가 될 게 뻔한데 그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0대 낙태 논란의 배경에는 부실한 성교육이나 미혼모 복지 정책이 깔려 있다.


◆겉핥기식 성교육=통계청에 따르면 19세 이하 산모의 출산아는 2005년 3128명에서 2006년 3264명, 2007년 3467명으로 늘고 있다. 성교육·상담 전문기관인 ‘푸른아우성’에 따르면 2008년 10대들의 상담(5171건) 가운데 성관계와 관련된 상담이 36.7%를 차지했다. 청소년 출산이 느는 만큼 임신이 늘고 대부분은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대 임신은 느는데 학교 성교육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은 2007년 10.1시간에서 지난해 9.2시간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학교는 11.1시간에서 10시간으로, 고교는 10.4시간에서 8.9시간으로 줄었다. 2008년 경북 지역 학교에서는 평균 2시간 정도밖에 교육하지 않았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최모(16)군은 “지난해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교육의 내용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중3)양은 “1년에 1~2번 특강 형식으로 외부강사가 와서 사춘기 몸의 변화 같은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해준다”며 “유치하고 지루해 차라리 TV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게 도움 된다”고 말했다. 이양은 또 “피임에 대해서도 선생님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만 할 뿐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보건교사회 김혜순 회장은 “피임 교육의 경우도 피임법이 나오게 된 역사라든지, 여성운동에서 바라보는 측면 등의 맥락을 짚어주면서 얼마든지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데 그리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신 후에도 애를 낳든 낙태를 하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데가 거의 없다. 푸른아우성의 김애숙 이사는 “임신을 하더라도 부모나 교사는 물론 친구들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해 인터넷 상담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낙태 비용이 없다면서 우리 상담소를 직접 찾아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미혼모 지원책=2005년 여성부가 미혼모 시설을 조사한 결과 21~25세(45.8%)에 이어 둘째로 많은 연령대가 16~20세(31.5%)였다. 이들이 미혼모로 살아나가기에는 여건이 너무 팍팍하다. 정부는 최근 양육비 인상, 아동의료비 지급 등의 청소년 미혼모 지원책(121억원)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미혼모지원시설인 애란원의 한상순 원장은 “검정고시 학비는 지원하지만 대안학교 학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부모의 냉대 때문에 지원을 받기 힘든데도 부모 소득과 재산을 따지기 때문에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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