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서초동 김준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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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다가구주택에 세들어 살던 김준호(46)씨는 지난 4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집주인이 사업에 실패해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김씨는 최초 근저당보다 늦게 이사한 후순위 세입자였다.

게다가 은행이 설정한 근저당은 6억원이었고 선순위 세입자 두 가구의 보증금만도 1억5백만원이나 돼 김씨는 전세보증금 4천만원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날 신세가 됐다.

18~20평형짜리 12가구로 이뤄진 이 다가구주택은 두 가구만 선순위고 김씨를 포함, 나머지 10가구는 후순위였다.

전세보증금은 가구별로 4천만~6천만원. 가만히 앉아 전세금을 모두 날리게 됐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두번 유찰 때까지 대책 없이 애만 태우던 김씨와 세입자들은 전문 컨설팅업체를 찾아 방법을 구했다.

컨설턴트는 세번째 경매에서는 세입자들이 직접 인수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도움말을 줬다.

감정가는 8억4천만원이었으나 최저가는 5억3천7백만원으로 떨어져 세입자들이 가구당 6천만원 정도 내면 낙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집은 준공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고 땅값이 비싼 서초동 고급 빌라촌에 있는데다 자체 주차시설도 갖추고 있어 낙찰한 후 가구별로 구분등기를 하면 매매값을 1억~1억4천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김씨와 세입자들은 경매 컨설턴트와 함께 치밀한 입찰계획을 세웠다.

전입과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 배당자격이 있는 선순위 세입자 2명은 배당을 받은 뒤 이사하기로 했다.

김씨 등 10명의 후순위 세입자는 공동으로 낙찰한 뒤 세입자 중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 두 가구를 추가로 소유해 세를 놓기로 매듭지었다.

지난 10월 최저가보다 3천만원 높은 5억6천7백만원을 써 이 건물을 거머쥐었다. 경쟁자들이 몇명 있었으나 1천만원 가량을 덜 써 탈락했다.

낙찰 후 구분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각 가구가 넘겨받았다. 김씨 등은 하마터면 전세보증금을 모두 날릴 뻔했으나 공동입찰과 구분등기를 통해 전세보증금도 지키고 작으나마 내 집을 갖게 됐다.

성종수 기자

*도움말 : 유승컨설팅(02-594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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