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대주주 경영권 보장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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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이 경영권을 최대 5년간 보장하기로 한 대상에 금호산업은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주주가 사재를 내놓는 조건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약속했지만 개별 회사별로 이를 보장한 것은 아니다”며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면 절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단의 협의에 따라 금호산업이 정상화된 이후 기존 대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줄 수는 있다”면서도 “대주주 일가가 이를 살 수 있는 여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단과 금호 대주주 일가는 8일 합의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박삼구(고 박인천 창업주의 3남) 명예회장 측,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4남) 전 화학부문 회장과 고 박정구(창업주의 2남) 회장의 아들 철완씨,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은 채권단이 정하기로 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대한통운 등의 운명은 채권단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한 뒤 다른 계열사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날 워크아웃(채권단공동관리)을 추진하는 금호산업에 28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이는 금호 대주주 측이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고 처분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타이어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서면 결의서를 개별 은행들에 돌렸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동의서를 내면 회사 측에 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3000만 달러 규모의 신용장 한도를 새로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은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을 따르고 구조조정 기간 중 쟁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식 시장에서 금호석유화학(1만8500원), 금호산업(5640원), 금호타이어(3530원)는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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