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가운데)씨가 두 자녀와 ‘신호등 토론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방법은 주장을 색깔로 표현해 토론을 재미있게 이끌어 준다. [황정옥 기자]
글=박형수 기자
엄마와 NIE로 논·구술 준비까지 가능할까
김씨는 정웅이와 동생 효은(상탄초 4)이에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동일한 NIE 과제를 내줬다. ‘신문에서 찾은 미래 직업’ ‘인상 깊은 사진 고르고 이유 쓰기’ 등 활동 과제를 A4 용지에 적어 나눠주면 아이들이 각자 신문에서 기사를 오려 붙이고 느낌을 쓰는 식이었다. 겨울방학이 되면서는 다른 과제를 내주기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무역협정(FTA), 루저 발언 논란 등 시사 이슈를 담고 있는 기사를 골랐다. 기사를 읽고 ‘주장과 근거 찾기’ ‘내 견해 쓰기’ 등을 시켜봤다. 이제껏 동생과 같이 ‘놀이 반 수업 반’ 식으로 NIE를 했다면, 중학생이 되면서 시사 상식과 논·구술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쉽고 재미있는 기사로 토의토론 유도해야
심미향 교수는 김씨에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중요한 시사 이슈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라는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FTA도 의미 있지만 정웅이의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죠. ‘두발 자유화’나 ‘10대들의 비속어’처럼 아이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정보가 사고력을 더 많이 자극합니다.” 심 교수는 아이의 교과서를 훑어 볼 것을 권했다. 교과서 내용을 기준으로 삼으면 자녀에게 필요한 신문 기사를 고를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어서다.
김영민 교사는 “어려운 기사를 억지로 읽히기보다 쉬운 주제라도 토의·토론을 거쳐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와 토의·토론을 하다 보면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때가 많다. 아이가 엄마의 의견에 무조건 수긍하거나 별 생각이 없다며 침묵하기도 한다.
심 교수는 ‘신호등 토론법’을 제안했다. 토론 참가자들에게 빨강·파랑·노랑 색종이를 준 뒤 반대 의견은 빨강, 찬성이면 파랑, 중립적일 때는 노랑 색종이를 들게 하는 것이다. 들고 있는 색깔만 봐도 상대의 견해를 한눈에 알 수 있어 토론에 집중하기 쉽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다 생각이 바뀌면 종이도 바꿔 들면 된다.
“무슨 색종이를 들지 정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또 상대방이 들고 있는 색깔을 보면 반대나 동의를 미리 알 수 있어 긴장하지 않고 토론에 임할 수 있죠.”
NIE와 독후 활동 연계하면 효과 높아
“소설 『광장』의 주인공이 제3국으로 타고 가는 배 이름이 ‘타고르호’에요. 지난해 중앙일보의 ‘그때 오늘’이라는 기사에 ‘타고르’를 다룬 적이 있어요. 기사를 읽고 작가가 배 이름을 ‘타고르’라 지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죠. 또 얼마 전 일본 정부가 정신대 할머니들께 ‘99엔의 보상’을 했다는 기사가 있었죠. 『마사코의 질문』과 함께 읽으면 기사와 책 내용 모두 이해하기 쉬워질 거예요.”
김 교사는 “신문 서평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내용 위주로 간단한 감상문을 적은 뒤 서평과 비교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감상을 막연하게 표현하는 데 그치죠. 신문 서평은 내용이 구체적이라 자기 글과 비교만 해도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