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 정치권 로비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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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이 모 건설업체를 통해 5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陳씨가 도피행각을 벌이면서 이 비자금의 일부를 구명운동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정치권에 뿌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 3일 청구한 陳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거액의 돈을 살포하면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고 밝힌 대목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陳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9월 초부터 정.관계 인사들에게 구명 로비를 벌이며 금품을 건넸는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검찰은 陳씨 등을 상대로 ▶5백억원 중 陳씨가 개인적으로 은닉한 규모▶정치인과 금감원 인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여부▶국정원 고위층을 동원한 로비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 정.관계 로비 수사〓검찰은 陳씨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친 자진 출두 약속을 어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로비 대상을 자주 바꾼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정치인 연루 의혹에 대한 질문에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고 밝혔다. 동방금고 사건 때 "정치인은 없다" 고 잘라 말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검찰이 오랫동안 내사를 진행하면서 陳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뒤져온 점을 고려할 때 로비 대상.시기 등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陳씨가 도피행각을 벌일 때 그의 부친 등이 정.관계 로비를, 이에 앞서 국정원 간부 출신인 김재환씨가 금감원 로비를 담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陳씨가 아세아종금(현 한스종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금품 공세를 벌인 혐의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陳씨의 한 측근은 "금감원에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국정원 고위층 로비 여부=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김은성 2차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고 말했다. 자신의 딸과 陳씨 사이의 혼담 때문에 대검에 陳씨 수사상황을 문의한 것이지, 구명운동 차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정원과 관련된 다른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검찰은 金차장과 친분이 있는 김재환씨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MCI코리아 회장을 지낸 점에 유의하고 있다.

여기에다 "평소 친분이 있는 국정원 간부들에게 사업상 문제점들을 문의해 왔다" 는 陳씨 측근의 주장도 의문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재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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