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9단들 훈수 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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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오른쪽)이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과 함께 7일 NBC 방송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세상 을 보는 특별한 눈이 있다. 그들이 작심하고 얘기를 할 때, 그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네 번 연임한 앨런 그리스펀 전 의장, ‘히피 자본가’로 불릴 만큼 사고가 자유로운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훈수를 뒀다. 일본 금융의 자존심 노무라증권은 일본 경제에 쓴소리를 했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 “주가 급락, 경고등 이상의 의미”

# 그린스펀 전 의장은 7일(현지시간) “올 초 주가가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경고등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서다. 그는 “주주 가치나 주식 가격은 서류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며 “그래서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걱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한 달간 5.4% 하락했다. 지난 4일과 5일엔 장중 한때 1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고용 사정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기업들의 4분기 실적도 예상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성장률(5.7%)에 대해서도 “재고 증가에 힘입은 것”이라며 “기대했던 강한 모멘텀(상승 계기)을 갖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실업률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 실업률 전망치를 지난해와 거의 차이가 없는 9~10%로 제시했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5년 이내 닥칠 석유위기 대비해야”

# 브랜슨(사진) 버진그룹 회장은 5년 내 세계가 석유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8일 인터넷 판을 통해 브랜슨 회장과 에너지·운수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이번주 영국 정부에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석유위기는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행히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랜슨 회장의 경고는 이른바 ‘피크오일(Peak Oil)’에 대한 우려다. 세계 석유 생산량이 몇 년 내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얘기다. 보고서는 “경기 침체가 석유위기를 지연시켰을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버진그룹은 29개국에서 항공·통신·문화·금융 등 200여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브랜슨 회장은 독특한 관점과 역발상으로 ‘괴짜 CEO’로 불린다.


노무라 증권 “일본 국채 잘 팔린다고 방심 땐 큰 코 다쳐”

# 블룸버그 통신은 8일 노무라증권이 일본 경제에 대해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고 전했다. 재정정책 분야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니시가와 마사히로는 “당분간은 일본 국채 발행에 문제가 없겠지만 계속 이러다간 일본의 나랏빚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재무성은 올해 일본의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44조2000억 엔(약 580조원), 내년은 51조3000억 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세수 40조7000억 엔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니시가와는 “(디플레이션 대응 등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앞으로 국채 발행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10년 내 연간 국채 발행량이 200조 엔을 넘어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성은 일본의 국가 부채가 내년 3월 97조3000억 엔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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