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개불] 생긴 건 민망해도 쫄깃한 맛 일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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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전남 강진군 강진만 갯벌 공동어장에서 한주민이 잡은 개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진군청 제공]

‘얼른 보면 큰 지렁이 같기도 하고 무슨 동물의 창자 같기도 한 이놈의 이름은 개불.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중략 … 몸속은 바닷물로 가득 차 있어 평소엔 잔뜩 부풀어 있다가도, 물을 빼고 나면 형편없이 졸아들어 쪼글쪼글해지고 마니 …중략… 여자들에게 처음 먹어보라 하면 에구머니나, 망측하고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내숭을 떨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뒤에는 …중략… 홀딱 반해서 나중엔 남편까지 내팽개치고 즈이들끼리 …’. 전남 강진 출신인 김선태(50) 시인의 작품 ‘개불’ 중에서.

경남 남해군 창선면과 삼동면 사이 지족해협에서는 요즘 개불잡이가 한창이다. 개불잡이는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설 무렵까지가 제철. 남해 어민은 옛 방식으로 개불을 잡는다. ‘물풍’(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 물보라고도 한다)을 이용해 조류를 타고 배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낚시 바늘처럼 생긴 발이 달린 갈고리로 바다 밑을 긁어 펄 속의 개불을 꿰어 올린다.

오봉섭(62) 지족어촌계장은 “물살이 센 지족해협의 개불은 다른 지역의 것에 비해 껍질이 두꺼워 씹히는 맛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서 개불을 잡는 어민은 5명. 1인당 하루 100마리 정도 잡는다. 10년 전에는 개불잡이 배가 50여 척이나 됐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마리당 600~1200원. 경남 사천시 늑도·초양동 앞바다에서도 개불잡이를 한다. 전남 강진만과 충남 태안반도 바닷가에서는 바닥을 호미·삽으로 파 잡는다.

개불은 몸 길이 10~30㎝의 환형동물.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드러나는 조간대부터 수심 100m 정도 해역까지 모래·자갈이 많이 섞인 바다 밑바닥 속에 U자 모양의 구멍을 파고 산다. 수심 1m 아래 살다 겨울철에 수온이 낮아지면 위로 올라온다.

보통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석쇠에 구워 먹기도 한다. 반건조한 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오징어처럼 씹어 먹기도 한다.

글리신·알라닌 등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많아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정력식품으로 통한다.

이해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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