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태우 전 대통령 지분 50% 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노태우(78)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동생 재우씨가 세운 회사의 지분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 조희대)는 5일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으로 세워진 회사 오로라CS의 이사들 지위를 박탈해 달라”며 이 회사 이사인 조카 호준(47)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은 회사 주식 50%를 가진 실질 주주”라며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건네면서 공동 소유의 회사를 세우기로 하고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상황에서 동생에게 운영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돈이 회사의 설립 및 주식 인수 대금으로 쓰였기 때문에 회사의 실질 주주는 노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씨가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회사의 지분 비율에 관해 특별한 약정을 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지분을 50%만 인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직 중인 1988~91년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 12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줘 냉동창고 회사를 세우도록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를 맡은 조카 호준씨가 2004년 회사 소유의 토지를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동생에게 돈을 맡기며 구체적 관리 방법을 언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돈을 빌려준 것으로만 봐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회사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소유권이 확보되면 이 회사를 팔아 추징금을 낼 계획이다. 그의 미납 추징금은 289억원이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