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 엇갈린 판결 … 11일 대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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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유·무죄로 엇갈려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 3단독 권성수 판사는 4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인천지부 간부 3명에게 유죄 판결을 했다. 자발적인 의사표현이 아니고 전교조가 주도한 의사 표명에 동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시국선언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보다 교사들의 집단적인 정치활동이 학교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기본권보다 중요시되어야 하고 공무원이라는 지위만으로 일률적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국선언은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국가에 바라는 것을 표현하였다기보다는 전교조가 주도한 정치적 의사 표현에 동조한 것이어서 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주지법 김균태 판사는 지난달 19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전북지부 간부 4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법은 교사들의 교육과 관련 없는 시국상황이나 국가정책에 반대하거나 국정쇄신을 요청하는 것이 정치적 의사표현에 해당된다고 분명히 했다. 교사들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집단적으로 하면 판단능력이 미숙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에 비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국선언이 특정 정파를 지지·반대하거나 학생을 선동하지 않았으므로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본 전주지법 판결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지난달 20일 부산지법(형사 2단독 이동훈 판사)은 시국선언 동조 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부산본부 간부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집회 목적이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전교조 시국선언에 동조한 것이고, 이 같은 정치적 성격의 집회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11일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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