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정실패 빚 늘었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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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농민 총궐기대회는 근래 보기 드문 농민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날 대구대회를 준비 중이던 한 농민은 "올들어 농가부채와 농산물 가격 폭락 등으로 비관자살한 농민만도 7명에 이른다" 며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언제까지 농민들만 봉이 돼야 하느냐" 고 항변했다.

농민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쏟아부은 시설원예의 첨단 기자재들이 애물단지로 내팽개쳐지고 소.돼지 축사들은 갈수록 텅텅 비어 가는 농촌의 현실에 대해 마침내 정부측에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돈을 빌려 하우스며 축사 투자를 벌여 놓았으나 무차별한 농산물 수입으로 빚만 떠안게 됐다는 절망감이 과격시위로 표출된 셈이다.

이날 대회를 주도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측은 크게 ▶특별법 제정에 의한 농가부채 해소▶WTO 농산물 협상의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중 농가부채특별법.WTO 이행 특별법 시행령, 농가재해보상법 제정 등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정부 및 정치권을 압박했다.

핵심은 농가부채 해결 요구다.

농업경영인연합회를 포함, 21개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농가부채특별법 시안을 최종 확정하고 의원발의를 위해 현재 지역별로 국회의원 서명에 들어가 있다.

이 법안은 농민들에 대한 정책자금의 상환유예 및 금리인하와 파탄지경의 농가를 옭아매고 있는 대출금 연체 및 연대보증 채무의 해소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정책자금의 경우 5년간 상환유예한 뒤 10년 거치 10년 분할상환토록 하고 금리도 현행 5%에서 3%로 인하해 달라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이에 따른 소요 예산이 1조4천여억원으로 추산돼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는 무리한 요구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특별법 제정 시점을 기준으로 연체이자를 전액 탕감해 주고 연대보증에 따른 채무는 조건없이 정부에서 떠맡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일 서둘러 농가부채 경감책을 내놓긴 했지만 대다수 농민들은 의례적인 위무책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또 내년으로 다가온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 등 농산물 시장의 개방에 따른 가격폭락 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협상자세 등을 비판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관계자는 "총선이 끝난 뒤 올해 실제로 농가부채 대책에 들어간 예산은 고작 5천억원에 불과한 수준으로 정부의 농정실패로 늘어난 농가부채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 며 현 정부의 농민 푸대접을 지적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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