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벤처 출퇴근 시간 빡빡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옥션은 지난달부터 연구개발팀을 제외한 전직원의 출근시간을 오전 8시로 앞당겼다.

한 임원이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며 아이디어를 내 부서별 의견수렴을 거친 끝에 확정됐다고 한다.

이 회사는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어서 대개 9~10시쯤 출근했었다.

이 회사 최상기 과장은 "출근시간이 빨라지면서 불만도 있었지만, 오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다 퇴근시간도 오후 10~11시에서 8시쯤으로 당겨져 지금은 더 좋아졌다" 고 말했다.

네트워크 경매업체인 셀피아도 최근 '출근 마감시간' 을 오전 10시로 당겼다. 밤샘 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오전 10시, 11시, 심지어는 정오까지 중구난방이던 출근 시간을 통일한 것이다.

벤처의 상징이던 자유로운 출퇴근, 그리고 밤샘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초기 1인 몇 역씩 할 때는 밤을 새고, 라면으로 끼니 때우고, 오후 늦게 나오고, 이런 것들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이젠 주어진 일에 4~5명이 달라붙는 팀 플레이가 중심이 되면서 나름대로 질서가 필요해진 것이지요. " 셀피아 관계자의 말이다.

나눔기술도 해운회사 출신인 황재학 이사가 CFO(재무담당총괄임원)로 오면서 자유분방하던 출퇴근 분위기를 일반 기업처럼 바꿨다.

이를 두고 대기업의 꽉 짜여진 문화로 회귀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창의력, 독특한 발상, 자유로움으로 대표되는 벤처정신이 퇴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덩치가 커질대로 커진 벤처들이 최근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변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변화들이 벤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창의력의 발목을 죄는 족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