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새는 지방축제 당장 그만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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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달구벌축제, 아까운 예산이 줄줄 새요. "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예산감시를 위한 '곳간 지키기 운동' 을 펴고 나선 가운데 한 시민이 자치단체의 낭비성 축제에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8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시장 직소민원 현장. 문희갑(文熹甲)시장이 매달 한차례 시민들을 만나는 이 자리엔 개인 이해가 걸린 인허가 문제가 대부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직소를 신청한 남구 대명4동의 은덕기(殷德基.여.59)씨는 지난달초 벌어진 달구벌축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먼저 3천여명의 줄다리기 참가시민들에게 지급된 바지.저고리 등이 행사 직후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것을 보고는 "아이들이 보면 뭘 배우겠느냐" 고 지적했다.

1벌에 1만원만 잡아도 3천만원이 드는데 "잘 간수했다가 이듬해 다시 쓸 생각은 왜 않느냐" 고 침을 놓았다.

개막식때 각 구.군을 표시한 대형 현수막들도 행사가 끝나자 바로 둘둘 말아져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모습도 목격했다.

또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국 등 음식물과 일회용 그릇들도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걸 보며 "시가 낭비의 모범을 보이느냐" 고 꼬집었다.

40여개가 넘는 속빈 행사들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소싸움대회의 경우 인근 청도군의 고유 행사로 의미도 없는 데다 관중도 거의 없지 않으냐며 전국 소싸움꾼의 상금 갈라먹기식 행사를 내년부터 "당장 그만두라" 고 건의했다.

달구벌축제.섬유축제 등 대구시의 연간 축제예산이 12억원에 이르는데 대해서 그는 "행사장에서 목격한 그 낭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 아니냐" 며 아까워 했다.

殷씨는 30대때 전국가계부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던 알뜰주부로, 전국 1천여명의 국정모니터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1993년엔 인도에 자전거도로를 내자는 제안을 내 대구시장 표창도 받았다.

한 시민의 축제낭비 지적에 대구시의 대응이 새삼 주목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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