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발레리나인 강수진(사진.37)의 각오는 남다르다. 강씨는 평소 공연이 없을 때에도 하루 10시간 이상 땀을 흘리는 연습 벌레다. 한 시즌 닳아 헤어지는 토슈즈만도 무려 150여 개. 그는 요즘 밤에는 공연하랴, 낮에는 서울 공연을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오전 10시 30분 극장에 출근하기 전까지 집에서 연습에 땀을 흘리는 그가 잠시 짬을 내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소감은.
" 2년만의 고국 무대다. 특히 이번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작품인 '오네긴'을 공연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공연 시즌이라 오네긴 연습에만 몰두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오네긴'이 각별한 이유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이다. 흔히들 드라마틱 발레의 완성작이라고 평가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약한 면과 강한 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주역인 시골처녀 타티아나 역은 달리 굉장히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배역이다. 이제껏 해본 역할 중 나한테 가장 맞는 배역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았다. 자랑 같아 민망하지만 1998년 뉴욕 공연 후 평론가들이 '강수진의 공연이었다'고 할 정도로 나와 호흡이 맞는 작품이다."
-연습량이 매우 많다던데.
"아침에 집에서 서너 시간 개인 연습을 하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극장에서 한다. 요즘처럼 공연이 있는 날은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대에 선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오후 6시까지 하루 10시간 정도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매달린다. 휴일이나 일요일이라 해서 예외는 없다."
-강행군이다.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다행히 체력이 강한 편이다. 가끔 몸이 아플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 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남편이 침도 놔주고 마사지도 해줘 다른 무용수들보다는 손쉽게 회복한다."
-최근 유럽 발레계의 동향을 소개한다면.
"규모가 큰 대형 발레단 몇 개를 빼고는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 관객 수가 줄어서다. 해마다 무용수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용수들이 더욱 노력하고 분발하고 있다. 다행히 역사가 오래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관객층이 두터워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 미래의 강수진을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화려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발레리나라는 역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인내심이 중요하다. 아무리 체격 조건이 좋고 실력이 좋아도 발레를 가슴 속 깊이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면 즐길 수 있고,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 02-399-1114, 5만~20만원.
베를린=유권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