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해요- 발표·연극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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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6)양은 또래에 비해 학습능력이 빠르고 책도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어머니 강성원(37·양천구 목동)씨는 걱정이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거나 표현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유치원의 발표무대에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세워놓고 말을 시키면 입을 열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며 “학교에 입학하면 발표수업과 조별활동도 해야 할텐데 표현력이 부족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가장 편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말하는 연습을

신호빈(서울 원명초 4)군은 영어원서인 해리포터를 읽고 나면 엄마에게 달려간다. 결말을 알려주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엄마와 나누기 위해서다. 외국에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지만 표현과 발음은 이미 수준급이다. 어머니 박은숙(41·강남구 서초동)씨는 “처음에 더듬거리며 몇 가지 단어와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겨우 표현했던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내가 다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을 정도로 빠르게 다양한 문장을 구사해 표현한다”고 말했다.

신군의 이런 변화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영어 그림책을 고르게 했어요. 다른 학원은 일체 배제하고 충분한 여유시간을 줘 자유롭게 책을 읽게 했죠.” 아이가 고른 책이 설령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침대에 누워 읽은 책의 내용을 한마디씩 영어로 말해보도록 유도했다. 박씨는 “아이가 침대에 누웠을 때 훨씬 편하게 말하고 틀린 문장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더라”며 “의욕과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매일 밤 침대에서 영어로 말할 때는 어떤 지적도 하지 않고 아이의 말에 응답하고 표현에 대한 칭찬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2년간 매일 침대에서 ‘영어대화’를 지속했다. 신군은 요즘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술술 해나간다.

신군의 아버지 신동일(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적극적으로 지도했던 첫째 아이에 비해 호빈이는 엄마와 편하게 대화하는 정도였다”며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영어로 말을 많이 하는 쪽은 첫째 아이 보다 오히려 호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어른 앞에 세워 놓고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보라 시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가장 친숙한 공간에서 편한 자세로 가장 편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몸을 움직이며 신체언어로 표현하는 연극놀이

연극놀이도 표현력을 증폭시키는 좋은 수단이다. 신체를 움직이며 표현하는 놀이는 자신감을 향상시키고 관찰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사다리연극놀이 연구소 김민주 연구원은 “가정에서 엄마와 함께 연극놀이를 하면 어린이가 재미를 느껴 더욱 창의적으로 새로운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엄마와 아이의 역할교체를 통해 발표 두려움증을 없애는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발표의 두려움은 대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연극놀이는 아이가 엄마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발표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발달시키고 싶은 능력에 따라 다양한 놀이를 연계할 수도 있다.

예컨대 감정표현이 부족한 아이는 인형극과 분장놀이로, 내성적인 아이는 판토마임과 같은 신체표현놀이로 적극적인 활동을 보완하는 식이다. 김 연구원은 “한번에 집중해서 하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아이는 가면을 쓰거나 인형극 같은 일차 장벽을 통해 대중앞의 공포를 줄이고 발표의 재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집에서 발표능력 키워요.” 신호빈군과 어머니 박은숙 씨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Tip 저학년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놀이

1. ‘너 뭐하니?’ : 관찰력과 표현력 키우기
1) 둘씩 짝으로 마주보고 선다. 그 자리에서 가볍게 뛰어도 좋다.
2) A와 B를 정한다.
3) A가 먼저 B에게 ‘너 뭐하니?’라고 묻는다.
B는 즉흥적으로 ‘나 강에서 수영해’ ‘공부해’처럼 생각나는 행동 을 말한다.
4) A는 B가 대답한 행동을 직접 온몸으로 표현한다.
5) 순서를 바꿔 반복한다.

2. ‘비행사와 관제탑’ : 소리를 듣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감각 키우기
1) 바닥에 가로 2m , 세로 5m 정도의 직사각형을 색테이프로 붙여 만들어 놓는다.
2) 짙은 안개가 낀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
하는데, 비행사는 오직 관제탑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상황을 알려준다.
3) 둘씩 짝을 이룬다. A는 비행사, B는 관제탑이 된다.
4) A와 B는 사각형 양쪽 끝에 마주보고 선다. A는 눈을 가린다. 다른 사람들은 사각형 안에 장애물을 놓는다. (가방, 신발, 옷, 빗자루, 휴지 등)
5) B는 A에게 정확하게 지시해 무사히 사각형 끝까지 오게 한다. 예를 들어, “시계 11시 방향으로 몸을 돌려. 그리고 좁은 폭으로 오른발 한 걸음, 왼쪽 발도 똑같이” 식으로 정확히 안내한다.
6) 역할을 바꿔 반복한다.

▶도움말: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www.playsad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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