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심포니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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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그가 태어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여름 나치 독일군에 포위 당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그는 교향곡 제7번을 작곡해 시민들에게 바쳤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곡을 초연한 것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음악감독 알렉산드르 드리트리예프)가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지난 91년 ‘레닌그라드 심포니’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을 한 후 9년만의 한국 나들이다.

19일 차이코프스키의‘로미오와 줄리엣 서곡’‘비창 교향곡’,프로코피예프의‘심포니아 콘체르탄테’(첼로 대니얼 리)를 들려주고 21일은 21일 리아도프의‘8개의 러시아 민요’,모차르트의‘피아노협주곡 제23번 A장조 K.488’(협연 이경미),쇼스타코비치의‘교향곡 제5번’을 연주한다.

대니얼 리(19)는 재미동포 2세로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가 장한나에 이어 발굴한 유망주.95년 데카 레이블로 데뷔음반을 냈다. 98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에 이어 2년만의 내한무대다.

올해 서울무대 데뷔 10주년을 맞는 이경미(38·경남대 교수)씨는 현재 일본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가지모토(梶本)소속 아티스트.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와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음반을 녹음 중이다.

프로그램 중 다소 낯선 작품의 주인공은 아나톨리 리아도프(1855∼1914)의 작품.그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제자로 각국의 민요를 바탕으로 많은 소품을 남겼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불새’도 원래 그가 위촉받았으나 소심한 성격 탓에 포기하고 말았다.

프로코피예프의‘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작곡자가 로스트로포비치의 도움을 받아‘첼로협주곡’(1838년)을 개작한 것. 하지만 둘 다 별개의 작품으로 연주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1921년에 출범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소속 오케스트라.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가 53년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심포니 오케스트라·체임버 오케스트라·합창단·4중주단으로 분리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모두 1883년에 창단된 궁정 오케스트라에 음악적 뿌리를 두고 있다.

필하모닉은 33년부터 50년간 전설적인 거장 예프게니 므라빈스키가 지휘해오다 유리 테미르카노프에게 지휘봉을 넘겼고,심포니는 테미르카노프의 뒤를 이어 77년부터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65)가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있다. 2만∼7만원. 02-368-1515.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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