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열풍에 외상거래 ‘열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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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를 하는 외상거래액이 5조원에 육박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26일 기준으로 모두 4조8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조1000억원대까지 떨어진 뒤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증가세는 더욱 거세다. 지난해 말 1조1768억원이었던 신용융자가 26일 1조4541억원으로 23.6%나 늘었다. 올해 늘어난 신용융자 총액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가 늘어나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테마주 사들이기’가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27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은 468억원으로 기관(367억원)과 외국인(38억원)의 순매도 물량을 웃돈다.

특히 26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을 살펴보면 전자책 관련주인 인터파크(증가액 111억원)와 바이오 종목인 차바이오앤(96억원) 등 주요 테마주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테마주는 주가 변동성이 커 등락을 겪을 위험이 크다. 원전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보성파워텍의 경우 25~26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27일에도 2.67%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는 돈을 빌려 테마주에 투자해도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손해 볼 가능성이 커진다. 테마주의 경우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따른 투자가 많은 탓이다. 관련 산업에서 확실한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불안감도 테마주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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