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태희 노동부 장관“기업들이 상부상조 늘리면 취약계층 일자리 생겨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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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구조가 크게 변했다.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전환했다. 기업은 자동화설비로 인력을 최대한 적게 쓰려 한다. 고용 절감형, 고품질 생산형 투자가 보편화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매출이나 순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고용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인 것이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기획재정부가 자동화설비 투자보다 인력을 늘리는 회사에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고용창출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영논리를 정책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임태희(사진) 노동부 장관에게 이런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청년실업과 관련, 대학이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이 많다. 기업은 대졸자를 뽑아도 새로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교육시켜야 써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산학협동이 되지 않는다. 취업률이 높아질 수 없다. 해결책이 없는가.

“대학이나 교육과학기술부도 노동시장에서 인력수급 미스매칭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해온 관성대로 정책이 나오고, 대학을 운영한다. 기업은 세계와 경쟁하기 때문에 전부 맞춤형으로 준비된 사람만 뽑는다. 그런데 대학이나 정부는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고용정책심의위원회에서 대학 교수에게 ‘일자리 미스매칭을 줄일 수 있게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지 취직시켜주는 곳이 아니다’였다. 학교를 위해 학생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대학은 연구대학원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실업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센터가 알선해주는 곳에 취업하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는 데 안주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직업알선을 했는데도 면접을 안 보거나 무조건 싫다고 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덴마크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데도 세번 거절하면 실업급여시스템에서 퇴출시키고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우리도 이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장을 돌아보고, 실태부터 파악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 같은데.

“종전에는 생계에 문제가 생기면 친척이나 가족끼리 해결하거나 지역에서 십시일반으로 상부상조하며 해결했다. 예컨대 장례를 치를 때도 모두가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상부상조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기업으로 키우면 취약계층의 일감이 크게 늘 것이다. 제사지낼 음식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이 생길 수 있고, 옷이나 책을 돌려 입거나 볼 수 있게 연결하는 기업을 차릴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은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효과도 가져다줄 것이다.”

-고용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고용안정이나 고임금 유지와 같은 기득권을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가 겉으로는 취약계층 보호를 외치면서 실제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얼마나 챙겼는지 반성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을 할 때 ‘협력업체 근로자에게도 성과를 나눠주자’라는 제안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력 없이 그런 성과가 나겠는가. 대기업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서로 성과를 배분하면 임금이나 복지격차도 줄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대기업만 바라보지도 않을 것이다. 경영진도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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