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자료]감청·압수영장 '자판기식' 발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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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사기관이 청구하는 감청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거의 기각없이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권보호를 위해 피의자 체포 때 활용토록 한 체포영장 제도가 수사기관의 기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의원이 24일 국회 법사위의 서울 고.지법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법이 올 들어 7월까지 접수한 2백87건의 감청영장 중 98.9%가 발부되고 기각은 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1998년에도 각각 청구된 6백71건과 1천2백74건의 감청영장 중 3건과 15건만 기각됐다.

이에 따라 9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감청영장 발부율은 99.1%였다.

계좌추적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의 경우도 지난해와 올해(7월까지) 발부율이 98.9%와 92.2%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趙의원은 "검찰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자금흐름까지 추적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며 "법원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강제수사 남용을 견제할 방법을 강구하라" 고 주문했다.

한편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만2천여건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비해 체포영장은 6천4백96건에 불과해 체포영장의 활용도가 미미하다" 고 지적했다.

崔의원은 "이는 수사기관이 혐의자의 신병확보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체포영장을 기피하고 임의동행 형식을 취하는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영무(朴英武) 서울지법원장은 "감청이나 압수영장의 발부율이 높은 것은 구속영장에 비해 발부요건이 광범위하기 때문" 이라며 "최근 관련예규를 개정하고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일부 기각제도를 신설, 점차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다" 고 답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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