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보다 더 재미있는 부조리극 '킬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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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부조리극은 내용과 형식 자체가 엉뚱하고 황당하다.

서로 엉뚱한 대화를 나누는 배우들의 이야기 속에는 삶의 불안과 번민.철학이 담겨 있다.부조리극이라면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는 일반 코믹연극보다 더 많은 웃음을 주는 것도 많다.

극단 유가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해롤드 핀터의 '킬러즈' (원제 The Dumb Waiter)역시 코미디의 요소를 갖춘 작품이다.

국내에도 잘알려진 사뮈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부조리극에 비하면 인물이나 상황설정이 사실적이어서 부조리극을 멀리하는 관객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배경은 영국 런던. 우스꽝스런 청부업자 거스와 벤의 이야기다.침착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의 벤과 신경증을 보이며 편집광적인 거스는 새벽녘 한 건물의 지하실에서 살인 지령을 기다린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은 벽. 음식운반용 승강기만 보일 뿐이다.격리된 곳과 다름없는 지하실에서 긴장이 흐르고, 난데없이 음식이름이 적힌 메모가 전달된다.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둘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먹을거리를 올려보낸다.

그러나 모두 올려 보낸 뒤에도 자꾸만 메모가 내려오자 두 사람은 어쩔 줄 모른다.결국 발작 직전에 이른 두 킬러앞에 지령이 내려지는데… '그만 막 내려!'

시종 냉혹하고 철두철미한 살인청부업자 벤을 연기한 김명원씨(26)와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말투, 기복이 심한 인간심리를 그려낸 거스역의 조영규(24)씨는 유시어터가 발굴한 차세대 스타다.

유시어터의 '젊은 연극인과의 만남' 시리즈 제 1탄답게 '철안붓다' '햄릿 1999' 를 조연출한 김관(28)씨가 연출로 가세했다.11월12일까지. 오후 8시,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6시. 02-3444-0651~4.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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