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짬밥의 추억이 있는 식당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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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남자들에게 입대 영장을 받는 꿈은 ‘악몽 중의 악몽’이다. 그래도 남자들은 모여 앉기만 하면 군대 시절 얘기를 하고, 짬밥에 얽힌 얘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가끔씩 짬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런 곳도 장사가 되나 보다. 군대처럼 꾸며놓고, 군대처럼 밥을 주는 집은 의외로 인기가 있다.

동작그만 │ 식당인지 내무반인지 구분이 안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태극기와 10개의 구식 관물대가 있다. 얼룩무늬 국방색으로 벽을 칠하고, 배낭·수통·탄띠·철모 등 개인 장구와 K1·K2 모의 소총과 모의 수류탄까지 갖춰놓았다. 정종수(38) 사장은 “예비역들이 주로 많이 찾는다”고 자랑했다. 반합 비빔밥과 반합 칼국수가 각각 4000원, 반합 라면 3000원.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 있다. 031-715-1134.

닭날다 │ 미군 부대 컨셉트의 닭요리집이다. 정재훈(44) 사장이 어릴 때부터 취미 삼아 하나 둘 모았던 미군 관련 용품으로 꾸몄다. 수송기 프로펠러와 장갑차 뒷문짝, 미군 지프인 험비 보닛, 미군용 버너 등이 눈길을 끈다. 미군 반합에 건빵을 담아주고 생맥주는 미군 수통과 컵에 나온다. 이상하게 여자 손님이 많다. 수통컵 레드락 4500원, 오리지널 철판 1만5500원. 서울 서교동 극동방송국 삼거리 서교주차장 옆. 02-322-4520.

오성돈 │ 문 앞에선 ‘진짜사나이’ 등 군가가 울려 퍼진다. 군복을 입은 종업원들도 “충성”이라며 손님을 맞는다. 특전살(갈매기살)·총알갈비(등갈비)·쫄병갈비(목살) 등 메뉴도 군대 용어다. ‘우리는 술자리를 사수하며 소주통일의 역군이 된다’라는 표어도 눈길을 끈다. 특전살 600g 1만2000원, 반합 라면 2500원. 서울 답십리사거리. 02-2212-9131.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 │ 이맘때쯤 실시되는 혹한기 훈련 때 몰래 고체 연료로 반합에 라면을 끓여 먹었던 추억이 있다면 한번 들를 만한 곳이다. 벽에 반합과 식판을 걸어 놓아 나름대로 군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합에 끓여 나오는 라면과 식판 건면 각각 3300원, 계란 프라이·콩나물·상추 등이 들어간 오다리 반합 비빔밥 4500원. 경기도 분당 미금역 인근. 031-712-5422.

유지상·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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