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층 아파트 재건축, 비용 줄일까 집 넓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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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올 들어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추가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전용면적을 10%만 늘리는 1대1 방식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새해 들어 서울의 중층(10~15층) 아파트의 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올려 주는 내용의 재건축 규제완화에다 최근의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을 타고 서두르는 단지가 부쩍 많아졌다.

서울 삼성동 상아2차, 논현동 경복, 대치동 청실, 길동 신동아 등이 최근 서울시 재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했다. 재정비계획안은 해당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을 어느 정도까지 늘릴 수 있는지 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용적률 범위 안에서 재건축 추진 방식은 두 가지다. 조합원들이 기존 집의 전용면적을 10% 이내로 늘리는 1대1 재건축 방식과, 건립 가구 수의 20%를 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는 소형주택의무비율 적용 방식이다. 상아2차와 신동아는 소형주택의무비율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경복과 청실은 1대1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 1대1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주어진 용적률 안에서 조합원이 찾아가는 부분이 적은 대신 일반 분양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DS포럼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해 잠실주공5단지의 사업방식별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1대1 재건축은 일반분양분이 112㎡형 2830가구인 데 반해 소형주택의무비율 적용 시는 112㎡형 2310가구, 82㎡형 200가구로 1대1 재건축이 일반분양분 수입이 많다. 그러나 1대1 방식은 재건축을 해도 집 크기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게 단점이다. 경복아파트의 경우 102㎡형에 살고 있는 집주인이 109㎡형을 배정받게 된다.

소형의무비율을 적용했을 때는 조합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단지 내에 큰 집을 많이 지으면 일반분양에 할당할 수 있는 용적률이 줄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강남권 112㎡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집주인이 198㎡형을 택할 경우 상당한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형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을 때는 같은 조건의 조합원이라도 원하지 않는 주택형을 배정받을 수 있다.

단지 사정에 따라 사업 방식 선택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기존 아파트가 중형 이상으로만 된 단지는 소형의무비율 방식을 택하기 어렵다. 경복아파트 하현철 재건축 조합장은 “소형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일부 집주인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크기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 동의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역시 1대1 방식으로 추진 중인 청실아파트도 중형 이상 단지다. 현재 안전진단(건물의 노후도 등을 조사해 재건축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것) 절차를 진행 중인 대치 은마나 잠실 주공5단지도 중형 단지여서 1대1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소형과 중대형이 섞여 있는 단지는 이런 고민이 없다. 상아2차의 경우 용적률을 올려받을 수 있게 되자 1대1 방식에서 소형의무비율 방식으로 바꿨다. 이 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홍승권 위원장은 “용적률이 올라가 수익성이 확보됐고,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집 크기 선택권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J&K부동산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단지 사정에 따라 유리한 사업방식이 있게 마련이므로 조합원들은 장단점을 잘 따져본 후 자신들의 단지에 적합한 방식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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