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정부 “구조 중단” … 열흘간 시신 12만 구 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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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전날인 22일 오후 4시를 기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규모 7.0의 강진이 덮친 뒤 만 10일 만이다. 엘리자베스 비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기적이 있을 수는 있지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아이티 정부는 이날 “현재까지 시신 약 12만 구를 수습했지만 최종 사망자 숫자는 수만 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외국 구조대는 아이티 정부의 결정과는 별개로 수색·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UNOCHA의 발표 몇 시간 뒤 20대 한 명을 구출하는 실제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콜라 먹으며 11일 연명=미국·프랑스·그리스 구조대는 23일 포르토프랭스 중심가에 있는 호텔 ‘나폴리 인’의 건물 잔해 밑에서 위스몽 엑상튀(25)란 남성을 구조했다. 이 호텔 내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던 점원이다. 엑상튀는 무너진 건물 틈 사이의 작은 공간에 누워 가게 안에 있던 음료·스낵을 먹으며 11일을 버텼다. 그는 “매일 코카콜라를 마셨다”며 “그 덕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구조대도 22일 대통령궁 인근의 무너진 건물 더미 사이에서 22세 남성을 구조했다. 무너진 자기 집 잔해에 깔려 있던 84세의 마리 카리다 로맹란 할머니도 같은 날 이웃과 친척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한국 구호대는 인명 구조 작업을 마무리하고 방역·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119구조대 잔류 인원 4명은 23일 오후부터 포르토프랭스 시내 대통령궁·프랑스대사관 사이에 있는 이재민촌에서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벌였다. 국립의료원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소속 의사·간호사 등은 이재민·부상자 진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모금방송 신기록=미국·캐나다 연예계 스타들이 아이티 후원 방송을 통해 약 839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22일 MTV·ABC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된 ‘아이티에 희망을(Hope For Haiti Now)’ 프로그램을 주최한 연예산업재단(EIF) 측은 “인터넷·전화 등을 통해 총 5800만 달러(약 664억원)가 기부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액은 단일 방송 모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캐나다에서도 셀린 디옹 등 유명 연예·방송인이 참가한 가운데 아이티 돕기 모금 방송이 진행됐다. 2시간 공연으로 총 1600만 캐나다 달러(약 175억원)가 모금됐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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