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악성 미분양’ 영종 하늘도시 5개월 만에 계약률 껑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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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인천 영종 하늘도시는 지난해 10월 6개 단지 7500여 가구를 동시분양했을 때 일부 단지의 초기 계약률이 20%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분양 성적이 저조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평균 계약률이 75%를 넘고 일부 단지에선 계약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음 달 11일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는 것을 앞두고 미분양 물량이 줄긴 했다. 그렇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영종 하늘도시의 이 같은 미분양 소진 속도에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영종 하늘도시 분양업체들에 따르면 ‘벌떼영업’ 효과가 크다. 벌떼영업은 많은 수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무차별적인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 등을 통해 판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께 한 업체가 처음으로 도입해 재미를 보자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벌떼영업에 뛰어들었다. A사는 250명을 동원했고 B사의 경우 300명을 투입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텔레마케터들을 통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영종 하늘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계약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성을 강조한 공격적인 영업이 먹혔다는 것이다. 벌떼영업과 함께 진행된 분양조건 완화도 계약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영종 하늘도시 벌떼영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텔레마케터들이 상당한 액수의 수수료를 받기 위해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홍보하는 경우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계약 한 건당 수수료가 전용 85㎡ 이하 800만~1000만원, 85㎡ 초과 최고 2000만원 선이다.

최근 한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은 최모(31·경기도 용인시)씨는 “단지 옆에 해저터널이 뚫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청 등에 알아보니 그런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욕심에 텔레마케터들이 친척 등 주변 사람들에게 떠넘기다시피 하며 팔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텔레마케터의 솔깃한 말보다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신중하게 계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계약자들이 무더기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업체 측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벌떼영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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