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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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완하(1958~ ) '별' 전문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 없지만

눈 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별은 순결.사랑.희망이기도 하지만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 별을 너무 쳐다보아 이젠 까맣게 타버렸을 법도 하지만 시인의 가슴 속에선 여전히 그리운 얼굴로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옛날 화랑들은 밤길을 나서서 랜턴 없이도 금강산 비로봉을 자주 오르내리곤 했던 모양이다. 별들이 발 아래까지 내려와 길을 밝혀주었기 때문에 싸릿대를 꺾어 만든 빗자루로 그 별을 쓸며 갔다는 얘기다. 이른바 '혜성가'다. 아직도 지리산 골짜기 섬진강 모래밭은 별밭을 이룬 날이 많다. 대(大)자로 누워 낚시를 던지면 낚시바늘 끝에 별고기들이 주렁주렁 걸려 올라온다. 그래서 이 물가에 농막집을 얻어 집필실을 내고 어초장(漁樵莊)이라 한 까닭도 여기 있다. "별아 어찌하랴. 너마저 없다면 나는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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