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주택정책 손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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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준농림지 개발을 억제하고 용적률을 낮춤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수도권에서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주택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멀지않은 장래에 국민들이 비싼 집값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1990년대 초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 개발 이후 정부는 주택수급 및 체계적인 도시개발에 대한 뚜렷한 대책과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집값이 폭등하자 신도시 개발을 서둘렀다. 그러나 졸속 건설에 대한 지적이 많자 소규모 택지개발 및 준농림지 개발 허용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민간 중심에 맡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도권이 난개발되는 현상을 초래했고, 기존 시가지에선 3백%가 넘는 용적률로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고층 위주의 재개발.재건축 건물로 거주환경이 나빠졌다.

결국 이에 따른 환경악화가 문제로 지적되자 이번에는 준농림지 개발을 억제하고 개발허가제를 도입하며 주거밀도를 낮추는 내용의 난개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앞으로의 주택수요를 어떻게 댈지, 또 필요한 택지는 어디에 마련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수도권에 대해서는 개발을 억제한다는 정책목표 외에 인구증가를 어떻게 억제할지, 또 증가하는 인구는 어디에 수용할지 계획이 분명치 않다.

수도권 인구에 대한 추정조차 기관에 따라 다르다. 통계청은 2010년의 수도권 인구를 2천4백23만8천명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건교부(97년 수도권 정비계획)는 2천1백49만8천명으로 예측해 2백80만명의 차이를 보였다.

안건혁(安建爀.서울대)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통계청의 예측치를 기준으로 수도권에 앞으로 10년동안 매해 20만채씩 적어도 2백2만채의 주택이 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 시가지와 이미 지정한 택지개발지구를 통해 공급 가능한 주택은 69만채에 불과해 앞으로 10년동안 1백39만채를 지을 땅이 필요하다는 것. 安교수는 1백39만채를 짓기 위해서는 6천3백20만평이 필요하며 이는 분당 신도시의 10배 규모라고 주장했다.

安교수는 "난개발 방지 및 개발밀도 규제 강화에 따른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고 이것이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릴 경우 심각한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 며 "80년대 말과 같은 주택가격의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주택수요는 가구수뿐만 아니라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더 넓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선진국의 경우 평균 주거면적이 36㎡(약 10.9평), 1만달러 수준의 평균 주거면적은 31.2㎡(약 9.5평)인데 비해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주민 평균 주거면적은 18.1㎡(약 5.5평)수준이다.

이는 일본 도쿄의 30.78㎡(9.3평.98년)보다 작은 것이다.

그럼에도 주택.택지수요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주택부족이 심각해지면 수도권은 또 다시 난개발에 따른 환경파괴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분당.일산 등 신도시의 경우 집값의 40% 정도가 도로 및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 투입된 반면 준농림지에 지어진 민간개발 아파트의 경우 집값의 10% 정도를 기반시설에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거주환경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이같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개발이익으로 기반시설과 환경보전 투자가 가능한 규모의 신도시 개발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安교수는 "신도시는 자체 개발이익으로 전철 등 대중 교통수단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서울 도심에서 30㎞ 밖에 건설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진애(金鎭愛)서울포럼 대표는 "신도시 계획이 이미 너무 늦었다" 면서 "신도시 개발은 착수 시점에서 입주시기까지 적어도 3~5년이 필요하며 이를 단축하려 들 경우 다시 과거와 같은 졸속 신도시를 만들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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