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한국론 '…추월당한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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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일본은 한국에 추월당할 것인가' 는 저자 본인이 '조국에 대한 비판은… 국가에 대한 최고의 이상이자 사랑' 이라고 서문에 밝혔듯 일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일본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기 위해 쓴 책이다.

'이렇게 넋놓고 있다가는 한국에 추월당할지 모르니 정신차려라' 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인지 한국인의 우월성과 일본인의 단점이 좀 부풀려진 느낌이다.

부인이 한국인인데다 한국에서 한국산코로열회장으로 10년 동안 지냈던 만큼 양국의 문화차이를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저자지만 '명백한 목표 탓인지 '객관적이라고 보기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점도 없지 않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일본인은 멀리서 찾아온 친구도 자기에게 이익이 없으면 피하지만 한국인은 돈을 빌려서라도 대접한다며 일본인의 야속함을 비난한다.

또 일본 TV는 전국민의 백치화를 추구하듯 저질이 판치지만 한국은 드라마를 비롯해 전반적 수준이 높다고 칭찬한다.

사립명문 와세다대학이 탤런트를 입학시키는 추태를 부리고 있는 사이 한국 대학생들은 일본의 몇배나 도서관을 이용한다고도 말한다.

진정이든 아니든 감사에 보답하기는 일본이 한수 위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고, 최근 한국의 명문 사립대도 유명가수를 필기시험 없이 입학시킨 데다, 한국의 저질 방송프로그램은 일본못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만 들어도 이 '자아비판' 은 언뜻 수긍하기 어렵다.

비단 책의 목적 때문만이 아니라 '로마를 며칠 여행하고 나서는 책을 몇권이라도 쓰지만 정작 몇년을 살면 단 한줄도 쓰지 못한다' 는 말이 일러주듯 10년, 아니 20년을 살아도 외국인으로서 문화체득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부모 허락을 꼭 받아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한국식 결혼제도나 유난히 많은 성형미인, 애인에게도 부르는 오빠라는 호칭 등 단편적이고 사소한 얘기는 많이 알지만 한국인 속내까지 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만이 볼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은 충분히 훌륭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뇌물 문제 역시 부도덕한 민족성으로 몰아붙이기보다 조직단위로 이뤄졌다는 데서 부족한 월급을 충당한 전근대적인 행위로 이해한다.

또 버림받은 후에도 부모를 돕는 한국 입양아의 예에서 독특한 한국인의 정을 언급하는 등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도 다시 볼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한.일 통계연감 자료를 첨부해 실증자료를 제시한 점도 다른 책과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한.일 문화적 격차를 지정학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한국의 2천년 역사는 투쟁과 굴욕의 역사라 한(恨)이 민족심성으로 자리잡은 데 반해 섬나라 일본은 외부 침략 없이 대체로 평화 그 자체였기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 몫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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