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보도, 고법은 “허위” 지법은 “허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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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부가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지난해 6월 서울고법 민사재판부가 “일부 내용은 허위”라며 정정보도 판결을 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고법 민사13부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진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소송에서 PD수첩 보도의 허위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특히 높다고 한 것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해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라고 한 점 ▶정부 협상팀이 미국 도축 시스템을 잘 몰랐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므로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보도한 부분과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한 부분도 허위이지만 후속보도를 통해 이미 정정이 이뤄졌다며 별도의 정정보도는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0일 형사 재판에서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두 판결이 일견 상반돼 보이지만 언론 보도와 관련한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의 판단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사건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검사의 입증 책임이 민사 사건에 비해 훨씬 크다”며 “보도가 허위라고 해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허위를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유죄 판단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자료를 내고 “형사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도가 허위인지를 판단하나 정정보도 소송은 개별 사안의 진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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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D수첩의 민사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고법 여상훈 부장판사는 “무죄 판결은 ‘사소한 부분이 허위여도 큰 틀에서 맞으면 허위보도가 아니다’고 봤지만 우리 재판부는 그게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 소라고 방송한 상황에서 그 소가 광우병 소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걸 사소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따라서 PD수첩 제작진에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그 보도가 전적으로 공정하고 옳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 사건에서 정정보도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PD수첩 측도 일부 잘못에 대해 사과한 만큼 제작진 스스로 잘못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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