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첫 TV토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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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3일 밤 보스턴 매사추세츠대에서 열린 미 대통령 후보 첫 TV토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중압감 때문인지 긴장된 표정으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고어.부시 두 후보는 토론이 개시된 3일 오후 9시 사회자 짐 레러의 소개로 동시에 입장, 인사를 나눴으나 부시는 다소 굳은 모습인 반면 고어는 미소를 띤 채 청중에게 입맞춤 신호를 보내며 여유를 과시.

동전 던지기에 의해 먼저 질문을 받은 고어는 "부시의 자질을 어떻게 보느냐" 는 질문에 답변을 피한 채 "이번 선거에서 미국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고 말했으며 부시는 "텍사스주지사로서의 내 경험은 워싱턴 내부자인 고어의 그것과는 다르다" 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곧바로 자신의 감세 정책을 설명.

○…토론을 마무리하는 인사말은 이와 반대로 부시가 먼저 발언. 그는 "고어는 클린턴 행정부 스캔들 역사의 한 부분" 이라며 고어를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연결하는 물귀신 작전을 구사. ' 부시는 "고어는 돈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불교사원 모금행사에 참석했고 클린턴 역시 백악관의 링컨 대통령 침대를 민주당 행사용으로 사용했다" 고 싸잡아 비난. '

이에 대해 고어는 "부시 후보는 스캔들을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장래를 얘기하고 있다" 고 받아넘겼다.

○…토론장 밖에서는 사형제도 반대론자와 반 이스라엘 시위대를 비롯해 군소 후보들을 TV토론에서 제외한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수천명의 시위자 중 최소한 6명을 체포했으며 한명은 음주 혐의로 수감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두 후보가 냉정을 유지하도록 토론장인 체육관의 에어컨을 모두 가동, 실내온도를 섭씨 18도 아래로 유지.

이는 조명등이 가동되고 객석에 사람들이 가득 찬 쇼 녹화장에 흔히 적용되는 온도로 그만큼 토론이 치열했음을 뒷받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3일 폭우 때문에 토론을 시청하지 못했다고 백악관측이 설명.

이날 고어 후보 지원 운동차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은 갑작스런 폭우로 호텔의 TV방송이 중단돼 토론회 후반부를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는 것.

한편 토론에서 제외된 녹색당 랄프 네이더 후보가 3일 방청권을 입수해 토론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주최측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방청권이 있더라도 고어.부시를 제외한 어떤 대선 후보도 토론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는 것이 토론위원회측의 제지 이유.

네이더는 "수많은 유권자를 선거에서 몰아내는 끔찍한 폭거" 라며 토론장 앞에 몰려든 1천여 지지자를 상대로 울분을 토로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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