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전시성 사업 줄줄이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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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과 경남에서 자치단체들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자금조달 대책 없이 추진하다 포기하거나 중단된 전시성 사업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남도는 오는 18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려던 '경남 골드 레이디(Gold Lady)선발대회' 를 최근 취소했다.

도는 지난 8월 자태.품성.소양.예능 등을 갖춘 할머니 20명을 뽑는 첫 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으나 여성계가 반대하자 갑자기 계획을 취소했다.

경남여성회 등 여성계는 "선발 기준이 모호하고 여성의 상품화를 유도하는 전시성 행사" 라며 행사취소를 요구했었다.

진주시는 경영수익 사업의 하나로 세우려던 '수변(水邊)골프연습장 계획' 을 포기했다.

시는 지난 3월 진양호 옛 선착장 자리에 50타석의 골프연습장을 세워 연간 10억원의 수입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곳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물에 뜨는 골프공을 사용토록 한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상수원인 진양호를 오염시킨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온 데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시는 지난달 말 사업을 백지화했다.

경남도의 '밀레니엄 타워' 건설방안도 사라졌다. 도가 마산시 팔용동 팔용공원 10만 평에 높이 1백50m의 탑을 세워 관광객을 유치하려 했으나 최근 포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도는 1백m의 탑에다 고속으로 오르내리는 수직 승강기(50m)등을 설치하고 전망대.레스토랑.카페.영화관 등을 넣어 관광객을 유치하려 했었다.

도는 올해 안에 공모를 통해 모형을 확정하고 2001년 초 설계를 마치고 200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자유치 규모가 4백50억원에 이르는데다 전국 다른 곳의 타워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사업 추진의 어려움으로 지적돼 왔었다.

부산에서도 전시성 사업이 남발됐다가 포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9월 말 공사가 중단된 관급 공사는 모두 67곳으로 조사됐다. 사업 별로는 도로건설 60건, 하천. 하수 5건, 공원조성 2건 등으로 외환위기 이전에 중단된 17건은 초기 1~2년 투자 후 중단된 일과성.전시성 사업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단된 공사 67건 중 65건이 구.군이 추진하는 사업" 이라며 "사업계획 수립 당시 투자의 시급성이나 효율성보다는 지역 정치인과 구.군의원 등의 입김이 작용해 사업계획이 수립됐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창원 YMCA 권순주(權純主)사무총장은 "자치단체들의 성급하게 사업계획을 발표했다가 포기하면 행정력 낭비는 물론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며 "새로운 사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절실하다" 고 지적했다.

김상진.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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