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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이 현실로…(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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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500만년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의 부활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공룡의 깨끗한 DNA만 확보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런 가정을 할 수 있다.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공룡의 DNA를 많이 얻을 수 있다면 공룡이 복제는 가능하고, 그래서 쥬라기 공원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는 깨끗한 DNA를 얻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수억 년을 내려 오는 동안 공룡의 유골은 대부분 화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DNA가 완전히 파괴돼 추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룡의 깨끗한 DNA를 얻는다는 것은 회의적

화석의 뼈는 일반 유골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화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세월이 오래 흐르면 유기물은 분해돼 사라져 버린다. 이제까지 발견된 공룡들의 뼈는 다 화석화가 돼 어떤 기술로든 간에 DNA를 추출하기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화석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공룡의 뼈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화석화가 안 된 중심부에서 약간이나마 DNA를 추출할 수 있다면 복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마치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미라가 발견되는 것처럼 수억 년이 흘러도 특정한 조건에서는 DNA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사실 공룡보다도 더 오래된 식물이나 곤충에서 싱싱한 DNA를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DNA추출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DNA가 깨끗하지 않고 좀 오염됐다 해도 온전한 DNA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DNA수명이 기껏 길어야 몇 만년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환경에 따라 수천만 년, 수억 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DNA, 환경에 따라 수억 년도 살아 남아

이런 공룡의 시체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북극이라도 좋고, 아니면 알프스, 히말라야 만년설도 좋다. 그 속에서 고스란히 냉동된 상태의 공룡을 발견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 때는 복제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물론 연조로 보면 공룡보다 한참 후배다. 그러나 코끼리 조상으로 알려진 매머드들이 시베리아 동토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깨끗한 난자와 정자도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러시아 과학자들은 냉동된 난자와 정자를 살려 매머드들 부활시키려 하고 있고, 또 난자를 코끼리 정자와 교배시켜 새로운 매머드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DNA를 소생시키는 기술이 성공했기 때문에 공룡보다 살아 있는 매머드를 먼저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시베리아에서 냉동된 매머드 발견

과학자들은 DNA를 이용해 이미 멸종된 피레네 산양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폐의 이상으로 몇 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또는 부카르도(bucardo)라고 불리는 산양(염소)가 있다. 이미 멸종한 종(種)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2009년 멸종한 이 동물을 ‘부활’시키기 위해 흑염소의 도움을 받아 복제에 성공했다. 다시 말해서 죽은 이 산양의 DNA를 종이 비슷한 흑염소의 배아에 주입시켜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부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새로 태어난 이 산양은 폐가 기형이었다. 그래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하지만 DNA를 이용해 멸종동물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도 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복제양 돌리가 나왔을 때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SF에서 나오는 복제인간도 가능하다는 해석이었다.

양에서 개로, 다시, 소, 말, 그러다가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 원숭이를 복제하는 날이 아마 금방 올 수 있다. 이는 곧 인간복제기술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와 같다.

죽은 사람도 복제할 수 있나?

2009년 3월 이탈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9년 전에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평가절하했다.

세베리노 안티노리라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2000년에 동유럽에서 체세포 이식을 통해 남자 아이 2명과 여자 아이 1명이 출생시켰다”며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자라고 있지만, 더 이상의 신상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과학자들은 1996년의 복제양 돌리를 예로 들면서 원숭이보다 훨씬 쉬운 양 복제에도 엄청난 이런 난관을 겪었는데 그로부터 겨우 4년 뒤인 2000년에 복제인간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인간복제는 윤리적 문제는 둘째 치고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본다.

일본 과학자들은 이미 죽은 쥐에서 추출한 DNA로 쥐를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멸종동물의 부활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 동안 동물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동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양(1996, 돌리), 소(1997), 쥐(1997), 염소(2000), 돼지(2000), 야생 양(2001), 인도산 들소(2001), 사슴(2003), 말(2003), 노새(2003), 토끼(2003), 고양이(2004), 늑대(2005년,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팀), 개(2006년, 황우석), 흰담비(2009) 등이다.

인간과 가까운 원숭이 조차도 아직 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고등동물일수록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가 힘이 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과학기술이 주는 미래는 항상 장미 빛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 공룡이 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꼭 찬사를 보낼 것도 아니다. 과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는 일도 중요하다.

과학의 윤리와 도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상과학소설 <쥬라기 공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을 부정하는 과학자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