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많이 해야 창의력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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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순 서울대 석좌교수가 서울대 문화관에서 신입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척의 초등학생 자녀가 과학영재학교에 간다며 수학 문제를 매일 풀더라. ‘저러다 수학이 정말 싫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 나노 입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임지순(59) 서울대 석좌교수(물리·천문학부)가 18일 서울대 신입생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중 과학 분야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 교수는 후배들에게 “(인생에 있어서) 효율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임 교수는 “미리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만 살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의대에 가야지, 그다음에 개업을 해야지 하고 마구 달려가다 보면 과열돼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한국 영재들의 공부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효율을 강조하는 현 시대를 살려면 시간 관리를 할 수밖에 없지만 창의성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삶의 여유와 폭넓은 독서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얼마 전 안철수(KAIST 석좌교수)씨가 방송 토크쇼에서 ‘효율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창의력을 효과적으로 계발하는 방법은 없지만, 못하는 법은 있다. 바로 꽉 짜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작 뉴턴과 스티븐 호킹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했다. “이들은 건강 악화 등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독서와 사색에 몰두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나도 대학 시절 잦은 데모로 수업이 중단된 탓에 전공 외 과목의 서적을 포함해 많은 책을 읽었다. 그 결과 요즘 학생보다 폭넓은 지식과 사회 경험을 축적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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