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사자 양준혁 "날 따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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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9회 말. 첫 타자로 나선 삼성의 5번 타자 김한수가 3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상대팀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듯 시즌 32세이브의 마무리 구자운을 마운드로 내보냈다. 같은 시각 수원에서는 기아에 3-1로 뒤지던 현대가 1점을 보태며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현대가 이기고 삼성이 진다면 정규시즌 막판 역전승의 희망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더그아웃에서 나와 특유의 큰 몸짓으로 몸을 풀던 양준혁(사진)이 긴장한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파울.볼이 이어졌다. 이어 네번째로 시속 145㎞짜리 직구가 구자운의 손을 떠났다. 이어 "딱"소리와 함께 양준혁의 두 손이 번쩍 들렸다. 제대로 맞았을 때 보여주는 양준혁 특유의 '만세타법'이다. 공은 야간조명 불빛 속으로 날아올라 105m의 아치를 그리며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섰다.

최근 슬럼프에 시달려온 양준혁(35)이 4일 대구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두산을 4-3으로 물리치고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최근 한달여 동안 타율이 0.236(72타수 17안타)에 그쳐 병든 황소 같은 모습이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상대투수들의 견제가 심한 데다 체력도 떨어져 있어 시즌 평균 타율(0.317)을 갉아먹고 있는 처지였다. 팀이 시즌 선두자리를 현대에 내주고 병역비리로 중간계투진과 포수(현재윤)마저 출장정지당한 처지라 '고참'양준혁의 가슴은 더욱 답답했다.

그는 "고참으로서 내 몫을 못해 마음고생이 컸다. 지난 3일에는 6번 타순으로 내려가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했다. 이제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조한 성적 때문에 최근 밤잠을 설쳐왔던 그는 4일 밤 모처럼 자신만의 아지트인 대구 범어동의 아파트에서 꿀 같은 단잠을 잤다.

대구=최준호 기자

◆ 알립니다=5일 밤 열린 프로야구 시즌 마지막 네 경기는 본지 40판 제작마감시간 이후 끝남에 따라 게재하지 못하였습니다. 경기 결과와 상보, 부문별 개인상 수상 소식 등은 인터넷 중앙일보(www.joongang.co.kr)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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