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끌고 외국인 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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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단숨에 880선을 넘었다. 미국 나스닥시장(2.2%), 일본(2.7%), 대만(2.2%)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올랐지만 우리 증시의 상승폭(4.1%)이 단연 두드러졌다.

증시가 달아오르자 낙관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리서치센타장은 "내년 1분기까지는 (주가상승이)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증시는 상승장으로 돌아선 것일까.

긍정적인 요인들은 분명 있다. 우선 기관투자자들의 복귀 조짐이다. 그동안 소극적으로 움직여온 기관들은 최근 10일간 483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현물과 선물간 가격차이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고도 투자 열기가 뜨겁다. 때문에 일각에선 주가지수 800선 이후 기관들이 주식 매수에 뛰어든 2002년초 증시를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 주가지수는 940대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10일 연속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들도 4일 사자로 돌아서 186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면 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장세가 펼쳐진다.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초저금리 상황도 증시엔 호재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2%를 기록해 콜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유통 등 내수 업종은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생긴다. 또 시중 자금의 주식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량 기업들의 실적이 한국경제 전체의 경기지표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제 유가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의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경기가 더욱 나빠짐은 물론 우량기업의 실적이라고 버텨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등 세계 연구기관들의 지적대로 세계 경기가 앞으로 둔화된다면 증시만 나홀로 좋아질 수는 없다.

기관들의 본격적인 주식매수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연간 주식 투자규모가 정해져있는 연기금의 매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고, 다른 기관들의 경우도 자금줄인 주식형펀드 전체 잔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수 850선에서 한국 주식 매수를 주저해온 외국인들이 이날을 전환점으로 태도를 확실히 바꿨는지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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